[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지난 2002년 이후 5년 만에 황금사자기 우승을 노렸던 천안 북일고가 장충고의 장타력에 무너지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천안 북일고는 5일 동대문야구장에서 벌어진 제61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장충고의 김진철, 최원제에게 홈런을 얻어맞아 0-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경기 초반은 천안 북일의 분위기였다. 장충 선발 박민석이 피로 누적으로 인해 제구력이 흔들린 데다 천안 북일 선발 윤기호가 1회 말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기 때문.
장충의 2회 말 공격도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2 아웃이 되어 쉽게 이닝이 종료되는 듯했다. 그러나 윤기호는 7번 김상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8번 김진철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 게다가 윤기호가 바로 강판당하자 분위기는 장충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던 윤기호는 이날 갑작스레 어깨가 뭉치며 난조를 보였다. 급기야 쥐가 나는 듯한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장충은 3회부터 박민석이 구위를 회복하자, 4회 말 공격에서 최원제가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3-0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장타율. 358로 큰 것 한방보다는 연속안타에 의존했던 장충이었기에 천안 북일의 충격은 더했다.
쫓기기 시작한 천안 북일의 타자들은 성급해지기 시작했다. 5회와 6회 연속 병살타로 추격의 기회조차 잃었고 7회와 9회 각각 선두타자가 출루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한점도 뽑아내지 못하였다.
이번 대회 1회전과 8강전에서 콜드게임승을 거둔 천안 북일 타선의 예상치 못한 침묵이었다. 누상에 주자가 두 명이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
비록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천안 북일의 투수들은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에이스 윤기호는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 완투승과 완봉승을 각각 한 번씩 기록하며 24이닝 동안 자책점 0을 기록했다. 좌완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140㎞가 넘는 직구는 위력이 넘친다.
윤기호에 이어 등판한 2년생 고원준도 이번 대회 1경기에 선발등판,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유연한 투구폼으로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유망주다. 세 번째 투수로 나온 사이드암 윤강민도 3.2이닝 동안 장충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경기 후 천안북일 전대영 감독은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윤기호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에이스이기 때문에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며 아쉬움을 토로한 뒤, “봉황기 우승을 노려야 하지 않겠는가” 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투수 고원준에 대해서는 “제구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점차 성장하고 있어 윤강민과 함께 내년 마운드를 이끌 것이다.”라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안영명, 유원상 등 전통적으로 뛰어난 투수를 많이 배출한 천안 북일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마운드 높이는 무시할 수 없다. 41이닝 3자책점을 기록한 팀이 준우승에 그쳤다는 사실은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닐까.
[사진 = 경기가 끝난 뒤, 동문들을 향해 경례하는 천안 북일고 선수들]
박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