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김정현 기자) 승부차기 성패를 가른 건 선수들의 컨디션이 아닌 잔디 컨디션이었다. 선수들은 울퉁불퉁한 잔디 변수에 맥을 못 추렸지만 울산 현대는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며 8강에 진출했다.
울산은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FC챔피언스리그 2021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진출했다. 조현우의 세이브와 윤빛가람의 마지막 슈팅이 성공하면서 극적인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잔디 컨디션이 꽤 좋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울산광역시는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 찬투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종일 비가 내렸다. 취재차 경기장을 방문해 기자석에 앉았을 때도 약하게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전반까지 약한 비가 이어졌다.
문수경기장의 잔디는 계속해서 수분을 머금으면서 경기가 진행될수록 잔디 상태가 나빠졌다. 승부가 빨리 나야 잔디의 영향을 덜 받을 텐데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양 팀 주장이 모여 선축과 골대를 정했고 정해진 골대 쪽 페널티박스 잔디는 엉망이었다. 특히나 공을 놓는 페널티 스팟의 잔디는 선수들이 킥할수록 잔디가 망가졌고 결국 2번 키커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가와사키와 울산의 2번 키커인 하세가와 타츠야와 원두재가 모두 실축을 범했다.
울산의 3번 키커인 이동준이 킥을 준비할 땐 잔디가 완전히 들려서 뒤집혀 있어서 이동준이 직접 잔디를 보수하는 장면도 보였다. 이동준은 잔디를 신경 써서인지 정성룡의 골라인 파울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킥이 모두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가와사키 4번 키커인 주앙 슈미트도 실축하면서 울산이 동점 기회를 얻었고 울산 4번 키커 윤일록이 성공하면서 동점이 됐다. 가와사키 5번 키커인 아키히로 이에나가의 킥을 조현우가 막아내면서 울산이 승기를 잡았고 울산은 마지막 키커로 킥이 좋은 윤빛가람을 냈다.
윤빛가람은 잔디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예상대로 윤빛가람이 디딤발을 디뎠을 때 잔디가 눌려서 공이 떴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잔디 상태에 대해 조현우는 "팬들이 있었다면 홈 팀이 유리하다는 걸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고 홍명보 감독도 "항상 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홈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팀이 더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울산은 승부차기를 이기고 8강에 안착하며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변수를 극복하고 위기의 순간을 이겨낸 울산이 이번 시즌 얼마나 강한 팀인지 그대로 증명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