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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피플] '시크릿가든' 속 화려한 '스턴트 세계'… 그러나 실상은?

기사입력 2011.01.27 14:40 / 기사수정 2011.01.27 14:40

무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무카스=김현길 기자] 양길영 무술감독 인터뷰 - 한 장면을 위해 목숨을 건, 스턴트인들 집중 조명

요즘 한국 드라마의 최대 이슈는 지난 16일 종영된 '시크릿 가든(시가)'이다. 재벌 3세와 가난한 스턴트우먼의 사랑을 그린 이번 드라마에서 유행어와 신드롬 등 31.4%의 시청률을 올렸다. 극중 길라임(하지원)은 과감한 액션과 검술, 아슬아슬한 차량 추격신 등 고난과 험난한 스턴트 세계를 그렸다.
 
요즘 스턴트에 필요한 장비가 많이 개발 됐다. 위험한 폭발 장면을 촬영할 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디지털 특수효과를 사용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감나는 액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스턴트 배우가 직접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에 강철 와이어를 묶어놓고, 잡아채는 순간 허공을 날아가 쓰러지기도 하고, 과감한 격투신도 서슴없이 재현해 내야 한다.
 
특히, 위험천만한 폭발 장면과 아슬아슬한 자동차 추격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아찔한 순간을 실감나게 연출도 해야한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얼굴 없는 배우. 그들의 인생은 한마다로 쉼 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무카스>는 지난 20일 부천에 위치한 '무토 액션스쿨'에서 양길영 무술감독을 만났다.

양 감독은 지난 2003년 24.2%의 시청률을 기록한 퓨전 사극 '다모'로 데뷔했다. 같은 해에는 주인공 오대수(최민식)가 망치를 들고 조직폭력배와 맞서는 장면으로 유명한 '올드 보이' 영화계에도 화려하게 신고식도 마쳤다. 이후 '바람의 파이터', 대만 영화 '맹갑', '싸이더커 바라이'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양 감독은 92년 단돈 2만원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지인의 합기도 도장에서 새벽에는 아르바이트를 저녁에는 개인수련을 했다.

"그때 당시 무술 그 자체가 좋았어요. 그렇게 합기도 사범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지나서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처음 정두홍 감독을 처음 만났습니다. 정 감독은 저에게 '나도 당신한테 목숨을 걸테니, 당신도 나한테 목숨을 걸어라'는 말에 감동받아 스턴트 세계에 들오게 됐습니다."
 
이후, 93년부터 양 감독은 서울 신림동 무술도장에서 정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스턴트의 꿈을 함께 키워 갔다. "정 감독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팀 동료와 보라매공원과 신림동에서 매일 수련을 했습니다. 그렇게 스턴트 배우가 배워야할 무술과 액션을 배웠죠. 정 감독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언제 올지 모르는 정 감독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훈련했어요. 정 감독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갔습니다. 차가 끊기면 강남에서 신림동까지 달려가곤 했어요.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수련했어요"
 
모든 스턴트 배우가 그랬듯 양 감독도 스턴트 배우로 활동하면서 안 해본 일 없다고 한다.

"90년대 초반에는 액션 드라마나 영화가 별로 없었어요. 그냥 시켜만 주면 감사했죠. 인건비는 다른 직업에 비해 괜찮은 편이였지만,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 막노동, 이삿짐 나르기, 인형 눈알 붙이기 등 안 해본일이 없었어요. 차를 뒤집기, 불을 몸에 붙이기 같은 위험한 촬영을 하면 수당을 더 받았어요. 그때는 정말 무섭기 보다는 시켜만 주면 뭐든지 감사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한번 부상을 당하면 치료기간 동안 수입이 없다는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모든 동료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양 감독은 항상 부상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감보다 드라마나 영화가 잘 못 되었을 때의 고충이 더 크다고 말한다.

"지금은 연예인 노조 '액션 지부'가 생겨서 많이 개선 됐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작품비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2년이나 소송해서 받은 적도 있죠. 또, 지급되어야 할 금액보다 30~50%정도 못 받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황당한 것은 그렇게 빚을 많이 지고서도 계속해서 작품에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대박 흥행을 하면 연예인의 주가는 높아지고, 두둑한 개런티(guarantee)를 받는다. 하지만 스턴트 배우나 촬영 스텝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 흥행에 실패하면 연예인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스텝과 스턴트 배우들에게는 처우가 다르다. 함께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인건비를 삭감한다는 것이 드라마와 영화계의 실정이라고 한다.
 
복잡한 인간관계로 얽혀 있는 한국과 달리 해외는 계약서로 필요한 사항 및 조건을 명문화 한다.

"가까운 대만에 무술감독으로 갔을 때 일입니다. 한참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대만에 촬영을 갔을 때, 한국과 달리 스턴트 배우들의 처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감독이 아프면 누구로 대처할 것인지, 촬영 중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적힌 계약서였죠. 한국과 대조되는 계약서였습니다. 국내는 확연히 다릅니다. 민감한 사항은 구두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막상 부상을 당하면 정말 난감한 일이 일어납니다. 치료비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는 다반사고, 개인이 직접 든 보험으로 치료를 지불합니다."
 
또, 드라마와 영화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영화는 액션의 위험도에 따라 차등지급이 되지만, 드라마는 위험도에 상관없이 1회당 금액이 정해져 있다.

"영화는 액션의 위험도에 따라 차등지급이 되는 반면, 드라마는 다릅니다. 드라마는 1회당 정해진 금액이 있는데, 추가로 촬영이 들어가면 아무리 위험한 촬영을 해도 출장비 정도만 지급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신입 감독은 무조건 사극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극에서 시청률을 끌어 올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신입 감독은 사극을 맡아서 해야, 그 다음 작품을 맡을 수가 있습니다."
 
20여 년 경력 스턴트 경력을 지닌 양 감독이지만 후배들이 위험한 촬영이 있는 날이면 손에 진땀이 흐른다고 한다.

"그동안 스턴트를 해오면서 선배와 동료들이 큰 부상부터 사망까지 지켜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났지, 이런 생각을 합니다. 후배들이 위험한 촬영에 들어가는 날이면 더 초초해집니다. 지켜보는 사람은 더 힘들거든요.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스릴을 즐기는 것 같아요."
 
한국의 스턴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 무술감독이 신선한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선배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젊은 감독들을 보면 컴퓨터도 잘하고, 정보 수립력도 뛰어납니다. 그런 젊은 감독이 계속해서 데뷔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에서 젊은 감독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1세대 스턴트 배우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양 감독은 중국의 원화평, 오우삼, 홍금보 감독 등 처럼 불혹의 나이에도 현역에 남고 싶어 했다.

"은퇴한 선배들을 보면 호프집이나 삼겹살 구이 등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끝까지 현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나이를 먹게되면 은퇴를 해야겠죠. 그래서 요즘에는 스턴트 장비 개발에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후배들과 함께 현장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장비 개발은 스턴트 배우들에게 안전을 책임을 집고 있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특허도 내고, 장비대어 사업도 할 수 있죠."
 


양 감독은 스턴트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웍이라고 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일등보다는 조금 모자라도 배려와 신뢰할 수 있는 2등이 더 낫다고 말한다. 기발한 창의력으로 반짝할 수는 있지만, 영원한 1등은 없다고 강조한다. 양 감독은 요즘 같이 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사람들은 KTX 처럼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원한다. 하지만 양 감독은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면 주위에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어,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무궁화호 열차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글] 무카스 제공



무카스 김현길 기자 press03@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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