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2.20 21:32 / 기사수정 2011.02.20 21:32
[엑스포츠뉴스=카타르, 유태양] 한일전이 열리는 날, 카타르 현지의 반응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길거리 취재를 하기로 했다.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카타르 인들은 우리와 다른 스포츠 응원-관람 문화를 갖고 있단다.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라 현지에서 술이 엄격하게 금지되기에(소수의 술집이 있으나 외국인을 위한 곳이고, 술을 사려면 인증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사람들은 밤에도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모인다. 때문에 카페마다 대형 LCD TV가 걸려 있고, 이곳에 모여 축구 경기를 본다.
카타르에서 제일 큰 쇼핑몰 City center를 갔다. 이곳은 카타르의 번화가에 위치해 있으며 한국-이란전이 열렸던 Qatar sports club stadium과 가깝다. 우리네 백화점 정도 크기로 안에 소규모 놀이동산이 있을 정도로 위락 시설이 잘 갖추어 져있다. 이곳의 커피빈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보기로 했다.
카타르 인들은 이미 자국이 8강에 올라가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듯이 게임을 관전하였다. 몇몇은 내게 "자빠니?(일본인?)"이냐고 물었다. 나는 "필 꾸리야(한국에서 왔어.)"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내게 한국의 승리를 기원한다고 했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한국과 일본팀이 부럽다고 했다. 카타르 인한 명이 내게 한국인 선수가 한 명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알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들에게 두 명(이정수, 조용형)이 뛰고 있고, 그들도 대표팀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카타르 인들은 악수를 청하며, 그렇다면 자신들도 한국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 필자가 경기를 관전한 커피빈의 외부 전경. 내부에는 많은 여성들도 부르카를 쓰고 있었는데, 그녀들이 사진에 찍히는 것은 결례이기 때문에 내부사진은 찍지 못했다.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곧 경기가 시작했다.
전반만 봐서는 누가 한국이고 누가 일본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은 종래 일본의 장점이던 세밀한 중원 패싱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간 반면, 일본은 종래 한국의 주특기 측면 돌파후 크로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K리그 시절부터 패싱 플레이를 중시하던 조광래 감독과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자케로니의 스타일이 잘 반영되어 있었다.
몇 번 호흡을 맞추어 보지 못한 조용형과 황재원의 수비라인이 위태로웠다. 전반 21분 박지성이 돌파중 일본의 콘노의 반칙성 플레이로 넘어지며 PK를 얻었다. 키커로 나온 기성용이 침착하게 PK를 성공시켰다. 기성용은 득점 직후 얼굴을 긁으며 원숭이 흉내를 내는 세레머니를 하였다.
실점 직후 일본의 공격은 점점 거세졌다. 돌파후 롱패스로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29분 박지성이 다시 페널티 지역에서 쓰러졌으나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전반 36분, 파상공세 끝에 혼다의 완벽한 패스를 받은 마에다가 골을 기록했다.
이후 양팀 모두 치열한 공격을 시도했다. 일본의 롱볼 축구는 위협적이었고, 경기를 조율하는 혼다가 돋보였다. 한국팀에서는 박지성의 활발할 활동량과 직접 돌파가 돋보였다. 맨유에서와는 달리 직접 드리블과 돌파를 시도하며 일본팀 전열을 휘저어 놓았고, 일본 선수들의 직접 견제를 받았다.
후반 초반은 일본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곧 한국은 반격을 시도했다. 양팀 모두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여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연장전반 5분, 황재원의 진로 방해로 일본은 PK를 얻어내었고, 정성룡의 펀칭해 내었으나 뒤따라온 호소가이가 골문에 차넣었다. 이후 한국은 반격을 시도했으나 선수들 다수가 이란전의 피로 누적으로 쉽지 않은 표정이었다. 한국팀은 처절하게 공격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몇 차례의 좋은 공격이 무산된 끝에 연장 후반 직전 극적으로 황재원의 동점 골이 들어갔다. 다시한번 도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듯하였다.
이후 이루어진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가 잇따라 실축하면서 아쉽게 3:0으로 패배했다.
대부분의 한국 팬들이 크게 실망하였지만, 카페에 모인 카타르 인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아시아 팀 답지 않은 경기력이고, 월드컵보다 재미있었다며 덕담을 건내었다.
경기에서 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한국팀 선수들은 모두 잘해내었다. 우리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잘했고 운이 나빴다. 무엇보다도 후반에 교체투입 된 손흥민은 왜 그가 분데스리가의 특급 유망주로 분류되는지 잘 보여주었다.
경기 중간 중간 보여주는 일본 관중의 매너는 전 경기에서 보여준 이란 관중의 매너와 대조되었다. 그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태연하게 경기장 곳곳에서 휘둘러 대었고, 김연아를 조롱하는 가면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자칭 아시아 최강팀에 걸맞지 않은 옹졸한 행동이었다. 옆에 있던 카타르 친구가 김연아 가면의 의미를 물었고, 기자가 설명해 주니 그 또한 '일본인들은 치졸하군!(The have very narrow mind!)'라며 껄껄 웃었다.
불공정 하다기 보다는 불명확한 심판의 판정 때문에 한국과 일본 모두 불만족 스러워 하였다. 유독 한국 팀의 경기마다 정작 위험한 장면에서는 휘슬을 불지 않으면서, 별것 아닌 반칙에는 휘슬을 불어대는 카릴 알 감디 심판의 판정은 K 리그 킬러로 불리는 명성을 이어나갔다.
▲ 현지 방송은 일본을 영국, 한국을 프랑스에 비하며 경기 내용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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