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KBO가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지 못하고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원칙을 깨고 없던 규정을 신설하면서까지 리그 중단을 이끌어냈다.
KBO는 12일 이사회에서 13일부터 18일까지 편성된 경기를 순연시키기로 했다. KBO는 “1군 선수의 확진 및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 비율이 각각 68%인 두산(확진 선수 2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7명, 코칭스태프 14명)과 64%인 NC(확진 선수 3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5명, 코칭스태프 10명)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매뉴얼대로라면 리그 중단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KBO의 기존 코로나19 통합매뉴얼에는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 선수들을 투입하여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매뉴얼에 따라 NC와 두산도 2군 선수들을 콜업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하지만 두 팀은 정상적인 팀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리그 중단을 요구했고, KBO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KBO는 향후 구단 당 1군 엔트리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해당 경기를 순연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기존에 없던 규정을 바로 적용시켜 리그 중단을 결정한 것. 결국 KBO가 원칙을 깨고 없던 규정을 신설하면서까지 NC와 두산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야구계가 KBO의 결정에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KBO의 결정으로 후반기 일정은 더 빡빡해질 예정이다. 우천 순연된 경기와 함께 이번에 순연된 30경기도 추후 편성될 예정. 빡빡한 일정에도 KBO는 “앞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즌 720경기를 정상 개최할 예정이다”라며 경기 축소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후반기에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후반기에 사태가 재발한다면 리그는 자가격리 2주와 연습기간 1주를 포함해 3주의 휴식기를 강제로 가져야 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일정이 꼬여 겨울야구가 불가피해진다. 사태가 커져 연기가 계속된다면 리그 축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신설한 ‘50% 이상 자가격리 대상자 발생시 리그 중단’ 규정도
리그 완주 측면에선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진자가 나온다면 '50%'라는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1군 선수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해당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고 라커룸을 공유하는 1군 엔트리 대부분이 밀접 접촉자이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기 때문. 즉 신설된 규정에 따르면, 선수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는 순간 리그는 ‘올스톱’이라는 이야기. 리그 중단이 불가피해지고,여기에 원칙대로 3주 휴식기까지 소화한다면 완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KBO의 이번 연기 결정은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깨고 없던 규정까지 신설하며 리그 중단의 전례를 만들었는데, 이후 전례를 깨거나 또 다시 규정에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다. 과연 KBO는 의지대로 144경기를 완주할 수 있을까. KBO로선 더 이상의 확진 선수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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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