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6.11 07:26 / 기사수정 2007.06.11 07:26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성남 일화가 중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K리그 최강 위용으로 A3 대회에 나선 성남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들이 보인 모습은 사뭇 다르다. 한계에 다다른 체력과 최근 급격히 떨어진 정신력은 얼마 전까지 19경기 무패 행진을 벌인 그들의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7일 상하이 신해전에서는 0-3으로 대패했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패인은 선수 교체였다. 성남은 전반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네아가 대신 김동현을 투입한 것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미들진영에서 김두현과 함께 성남의 공수를 조율하던 손대호를 한동원과 교체도 역효과를 냈다. 결국, 성남은 한 수 아래로 보던 중국 프로팀에게 3-0의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10일 우라와 레드와의 경기 전까지 성남을 비롯한 축구팬들은 성남이 대패를 딛고 조직력으로 재무장해 K리그에서 펼쳤던 멋진 경기를 펼쳐 주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남는 것은 실망감뿐이었다. 성남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경기력을 유지하며 90분을 보냈다. 제대로 된 골 기회도 없었거니와, 그나마 잡은 골 기회조차 골대 위로 높이 넘기며 소위 말하는 ‘홈런’으로 무위로 돌리기 일쑤였다.
특히, 평소 성남의 자랑거리였던 튼튼한 포백 수비라인은 이번 대회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며 네 골을 내줬다. 중앙 수비를 담당하는 김영철과 조병국은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며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내줬고, 이렇게 빼앗긴 골이 전체 실점 중 반을 차지하는 두 골이다.
사이드의 불안은 두 번째 경기인 우라와 레드 전에 두드러졌는데, 특히 오른쪽을 담당하는 박진섭의 잦은 미스는 우라와 레드에게 성남의 오른쪽을 고스란히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후반 27분에는 박진섭의 커버 실패로 우라와 레드의 공격수가 무방비 상태로 성남진영 중앙을 내달리게 되었고, 결국 손대호가 위험한 백태클로 불필요한 경고를 받았다. 성남 사이드의 자랑이었던 공격 가담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성남의 한계가 지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ACL예선으로 인해 해외 원정이 잦은데다가, 주전들의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 차출도 있었다. 빡빡한 일정 가운데, 성남은 14개 팀 중 가용 자원이 제일 적었다. 아무리 성남이 겨울 내내 혹독한 훈련으로 체력 비축을 한다 해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더블 스쿼드’ 가 가능하다는 일부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성남이 적은 수의 주전을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남 선수단에는 당장 1군 스쿼드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백업 요원이 생각보다 적다. 당장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조용형, 남기일, 서동원을 제외하면 딱히 손에 꼽을 수 있는 백업 요원이 없다.
그나마도, 박진섭의 백업으로 오른쪽 사이드를 맡는 조용형은 출전하는 경기마다 컨디션 난조를 보여, 당장 출전 기회조차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손대호와 미들 자리를 놓고 다투던 김철호가 부상에서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3개월 이상 실전에 투입된 적이 없어, 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외엔 딱히 논할만한 백업 요원이 성남에겐 없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성남은 다른 팀들이 휴식을 취하며 전력을 재정비할 7월에도 피스컵을 치러야 한다. 김두현, 김상식, 김용대는 아시안컵 차출 가능성도 있어, 휴식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렇듯 빡빡하게 진행되는 일정은 결국 성남에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체력적인 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아직 성남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반도 오지 못했다. 하지만, 더 지쳐있다. 노리는 토끼는 많지만, 최악의 경우 단 한 마리도 못 잡을 수도 있다. 현실적인 스쿼드 운영과 목표 설정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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