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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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읽기까지"…K팝 세계관은 왜 필수가 됐나[아이돌 세계관②]

기사입력 2021.06.26 08:00 / 기사수정 2021.06.25 23:12

김미지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아이돌 그룹의 컴백 소식이 들려오면, 기대포인트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글자 단어가 있다. 바로 '세계관'. 3세대 엑소(EXO)가 천명하고 시대를 이끈 아이돌 세계관은 이제는 없이 데뷔하는 그룹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필수 관문이 됐다.

그렇다면 '대체' 왜 세계관은 K팝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을까.

'믿고 듣는'을 넘어 '믿고 듣고 보는' 시대를 만들어낸 대중가요 역사에서 '믿고 듣고 보고 읽는' 시대까지 오게 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곡과 곡이 이어지고 앨범이 앨범과 얽히고, 심지어는 아티스트들끼리의 연결성까지 만들어내는 광범위한 세계관의 의미와 필수불가결의 이유를 살펴보자.


#. 해외 팬덤의 유입과 확장

'세계관'(Universe)이라는 단어와 개념은 해외에서 유입되어 정착된 단어로 우리나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관으로는 영화 '마블' 시리즈 세계관(Marvel Universe)과 'DC' 시리즈 세계관(DC MULTIVERSE)이 있다.

해외에서, 특히 서구에서 열광하는 '세계관'은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팬덤의 유입을 잇는 시작점 혹은 거쳐가는 지점이 되고 있다.

유난히 '세계관'에 몰입하는 해외팬들이 즐길 수 있는 K팝 콘텐츠가 된 것.

실제로 세계관을 강조하며 데뷔한 3.5세대와 4세대 아이돌 그룹 드림캐쳐, 이달의소녀, 에이티즈, 엔하이픈 등은 팬 비율 중 해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만큼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더이상 국내 리스너들로만 파이를 한정 지을 수 없는 K팝에 있어서 세계관은 해외 팬덤을 바라는 그룹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 됐다.



#. 컴백 티저가 뜨면, 세계관을 '읽는다'

해외 팬덤의 유입과 확장을 가져오는 세계관이라지만, 국내 팬들 역시 세계관에 몰입하며 즐길 수 밖에 없다. 컴백 티저를 비롯해 콘셉트 포토,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등 곳곳에 세계관을 상징하고 풀어내는 것들이 많기 때문.

K팝의 대표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엑소는 데뷔 티저부터 세계관을 품고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한 활동곡들의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포토 등에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은 물론 시간의 순서에 상관 없이 모든 앨범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팬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끊임없이 추측하고 읽어낸다. 때문에 수년 전 발매한 앨범과의 연결점을 찾는 재미도 생기고, 소름 돋을 정도의 복선이 발견되면 팬덤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컴백 티저 혹은 콘셉트 포토가 뜨면 이전 앨범과의 연결성이 확인되는 것은 물론 활동이 시작되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다음 활동까지 예측 혹은 추측할 수 있는 '판'이 깔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콘서트 VCR에서까지 세계관이 연결되면서 팬들에게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콘텐츠를 선사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톱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은 아예 앨범 시리즈마다 '더노트'라는 세계관 설명서를 넣어 팬들이 세계관을 '읽어내는' 데에 도움을 주고 몰입도를 높인다.

방탄소년단 세계관(BTS Universe)의 대표 시리즈인 '화양연화'는 앨범 속에 구성품으로 들어간 소책자를 따로 모아놓은 '더 노트' 책을 2권의 시리즈로 따로 제작하는가 하면, 지난 2019년 웹툰으로 공개하고 드라마까지 제작이 확정이 되는 등 세계관으로 OSMU(One Source Multi-Use)를 이뤄내기도 했다.

세계관을 갖고 있는 대표적 아이돌 그룹들은 세계관을 설명하는데에만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 하면, 읽어내는 사람에 따라 수백가지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면서 순식간에 글로벌적 해석이 전파되기도 한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나만의 세계관 해석을 내놓는 누리꾼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듣는' 초창기 가요를 지나 '듣고 보는' 1세대와 2세대 퍼포먼스 중심의 K팝을 넘어 '듣고 보고 읽는' 확장형의 K팝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팬덤을 하나로, 엔터테인먼트를 하나로

'세계관'은 한 아티스트의 팬덤을 하나로 묶는가 하면,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유기적 연결성을 드러내며 소속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K팝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버린 세계관은 '입덕'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알아야 하고 몰입해야 하는 관문이 되었는데 아티스트의 팬덤이 모여 세계관을 추측하고 읽어내고 풀어내는 시간으로 팬덤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된 것. 앨범을 듣고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읽어내고 토론해야 하는 시간이 생성되면서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끊임없이 팬덤 소통이 발생하며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또 세계관을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SM Culture Universe(SMCU)를 활용해 소속 아티스트의 곡 가사, 뮤직비디오에 유기적 연결성을 보여주며 아티스트를 넘어 엔터사에 대한 세계관 몰입도를 높였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SMCU의 첫 프로젝트인 신인 그룹 에스파(aespa)를 시작으로 SM의 모든 아티스트들을 연결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우스갯 소리'로 들렸던 K팝의 세계관은 이제는 웃어넘길 수 없는 진지한 스토리텔링이 됐다.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곡의 가사조차 이해가 안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 세계관의 서사는 이제 글로벌 K팝 팬들의 중심 콘텐츠가 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KQ엔터테인먼트, 드림캐처 컴퍼니,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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