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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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블랙코미디가 된 ‘아이돌학교’의 인성 강조

기사입력 2021.06.12 18:36



2017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엠넷(Mnet) 책임 프로듀서(CP)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CP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 CP는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CP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이 사건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시청자의 신뢰가 손상됐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과 투표자들을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질타했다.

함께 기소된 전 엠넷 사업부장 김모씨는 김 CP의 공범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판단돼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아이돌학교'가 방영된 2017년 7∼9월 김 CP는 시청자 유료 투표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CP 상사이자 제작국장(본부장 대행)이었던 김 씨는 투표 조작에 일부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김 CP에게 징역 1년 6개월, 김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조작이라는 압도적인 네거티브 이슈가 다른 것들을 가리긴 했지만, 사실 ‘아이돌학교’라는 프로그램은 애당초 멀쩡한 구석이 별로 없었던 방송이었다. 조작이 없었어도 실패작인 프로그램인데 심지어 조작까지 한 것.

특히 ‘PD수첩’의 ‘프로듀스101’-‘아이돌학교’ 조작 의혹 방송을 보면 이 방송이 소녀들의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함량 미달인 방송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번 재판에서 ‘아이돌학교’ 진짜 1위로 밝혀진 이해인은 ‘PD수첩’ 방송 당시 "분홍색 내무반 숙소는 공사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페인트 냄새가 가득하고 환기 시설도 안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이들이 거기서 이불을 한 번만 털어도 먼지가 엄청났다. 피부가 예민한 친구들은 온몸에 빨갛게 피부병이 날 정도로 (열악했다)"라며 ‘아학’ 방송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때 제작진은 이해인이 외에 또 다른 연습생들도 만났다. 연습생들은 제작진들이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아 일부 연습생들이 창문, 방충망을 뜯어 탈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 연습생은 생리를 안 했고, 또 다른 연습생은 하혈까지 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학’의 상징과도 같은 핑크색 내무반은 특유의 군대식 디자인 때문에 화제가 됐는데, 사실 그 내무반 자체도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다분한 설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개인 공간이 중요한 청소년~성인 여성들을 4~5인실도 아닌 군대 내무반 같은 장소에 장기간 몰아두려고 한 것이니까. 군대도 소규모 현대식 생활관을 도입하는 시기에 시대역행적인 숙소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상기한 내용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던 ‘아이돌학교’. 이 방송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모든 아이돌 서바이벌을 통틀어 가장 ‘인성’을 강조한 오디션이라는 점이다.

tvX는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 참여했던 적이 있고, 그곳에서 제작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그때 당시에 멘토들과 제작진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했던 것이 소녀들의 인성 함양.

당시 그들은 참가자들의 인성 함양을 중시하는 것이 ‘아이돌학교’만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돌학교’는 참가자들이 소속사가 없는 여자 ‘프로듀스101’에 불과했고, 진짜로 인성에 문제가 있었던 건 참가자들이 아니었다.

이런 짓을 하면서 남한테 인성을 함양하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놀라운 부분.

이게 실제가 아니라 영화였다면 장르는 틀림없이 블랙코미디였을 것이다. 존재 자체가 거대한 비판거리 덩어리인 ‘아이돌학교’가 투표 조작이라는 거대한 이슈 때문에 오히려 조작 외 이슈로는 덜 비판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씁쓸한 코미디인지.

이번 글의 마무리는 ‘가짜사나이’로 유명세를 얻은 이근 대위의 유행어에서 물음표를 뺀 문장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말은 ‘아이돌학교’ 제작진이 마땅히 들어야 할 말 중 가장 온건한 문장일 것이다.

“너희, 인성에 문제 있어”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엠넷 ‘아이돌학교’-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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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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