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데뷔 2년 차, 이제 막 선발 로테이션 도는 법을 배워간다 했던 신인이 별안간 2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 이제는 '악재'라는 표현이 모자라게 느껴질 정도로 허탈한 상황이다.
SSG 랜더스의 토종 선발진은 팀의 자랑이었다. 유일무이 국가대표 언더핸드 투수와 리그 정상급 우완 정통파 투수. 올해에는 여기에 새파란 좌완까지 합류했다. 구색은 완벽했고, '외인 원투펀치만 괜찮다면' 하는 아쉬움은 이번 시즌에도 충족되지 않았지만 탄탄한 국내 선발을 앞세운 마운드의 힘을 발판 삼아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박종훈과 문승원,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며 SSG 선발진의 중심을 지키던 이 둘이 동시에 이탈했다. 두 투수 모두 팔꿈치 인대가 탈이 났다. 당연히 초유의 사태다. 박종훈은 풀타임 선발을 돌기 시작했던 2016년부터 휴식 이외의 이유로 1군에서 빠지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문승원 역시 뼛조각 제거 수술 사실이 느껴지지 않게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을 소화했던 투수였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문제를 찾기엔 너무 열심히 던진, 그 까닭밖에 없었다.
아티 르위키도 빠져 있는 현재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는 윌머 폰트와 오원석만이 남게 됐다. 김원형 감독은 때가 되면 처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오원석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었지만, 형편이 이렇게 되면서 오원석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졌다. 김원형 감독은 "어떻게 보면 지금은 원석이가 2선발이 되는 상황이다. 나도 부담 주기는 싫은데, 조금 더 책임감을 갖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부담을 얹지 않으려고 해도 이 사정 자체가 부담이다. 김원형 감독도 답답한 처지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가 그렇게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데, 다른 형들의 부상으로 자기가 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라고 안타까워하며 "마운드에서 잘하고 있다. 자기가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김원형 감독은 오원석에 대해 "또래 이의리나 김진욱, 이승현과 비교해 스피드건에 찍히는 건 낮을 수 있어도 흔히 말하는 디셉션이 좋고, 릴리스 포인트가 앞에 있다 보니 타자들이 체감하는 속도가 빠르다. 제구력이 엄청 훌륭한 건 아니지만,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원석은 야수들의 공수 도움이 전혀 없던 4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6이닝 3실점(1자책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팀을 위해 던지고 또 던져야만 하는 이 상황이 만 20세 어린 선수에게 독보다 약이 되길 바랄 뿐이다. 김원형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편으로는 더 많은 출장 기회가 주어진다는 면이 있으니까, 책임감도 있겠지만 오히려 편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원석이에게는 좋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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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