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21 09:02 / 기사수정 2007.05.21 09:02
[엑스포츠뉴스=반욱 기자] "근우 어린이가 말썽(?) 한 번 부렸다가 장한 일 했네요"
SK와이번스의 1번 타자 정근우는 인천의 홈 팬들에게 '근우 어린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어느새 정근우의 닉네임이 돼 버린 '근우 어린이'는 장난기 넘치는 외모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작년부터 팬들이 지어준 것이다.
지난해 타율. 284 8홈런 42타점 45도루를 기록하며 SK의 새로운 주력멤버로 자리매김한 정근우는 장기인 기동력을 이용한 주루플레이와 폭넓은 수비범위로 많은 인천 홈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었다.
당시 골든글러브 수상 후 인터뷰에서 "팬들의 사랑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항상 아껴주시는 마음으로 별명(근우 어린이)도 지어주시고 팬 카페도 만들어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내년에도 항상 더러워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 후에 팬들을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던 정근우는 2007시즌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특히 5월 초 손가락 부상으로 약 보름간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했던 그는 이번 주말 현대와의 홈 3연전에서 14타수 5안타(타율 .357) 도루 3개 홈런 1개 등으로 팀의 3연승을 주도하며 다시금 홈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 기동력의 정근우, 1회초 선취 득점 - 5/20일 문학.
18일 열렸던 현대와의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팀의 4-1승리를 이끈 것도 좋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20일 열린 3차전에서의 끝내기 홈런이었다. 정근우는 1회 초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에 이은 빠른 발로 첫 득점에 성공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1회에서만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2점을 뽑아낸 SK는 레이번의 호투 속에 9회까지 2-0의 점수를 잘 지켜 3연승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바로 여기서 정근우는 뼈아픈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브룸바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한 것. 이른바 `알까기` 실책이었다. SK의 한 여성 팬은 "근우 어린이 알까기 했네~ 괜찮아"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현대 송지만의 극적인 동점 홈런이 터진 후 망연자실한 것은 마무리 정대현뿐만이 아니었다. 송지만의 타구가 펜스를 넘기는 순간, 정근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의 실책 하나가 팀 동료 레이번의 7승, 정대현의 14세이브를 날려 버렸음은 물론이고 올 시즌 최다 관중 수(1만 7730명)를 기록하며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열띤 응원을 해준 홈 팬들에게도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연장 10회말 투아웃 상황. 결연한 표정으로 타석에 선 그는 동료들과 팬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원한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후 "9회 수비 실수 때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발 레이번과 마무리 정대현에게 너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마 같던 짜릿한 승리 덕분인지 그의 입가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 수훈 선수로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과 만난 정근우는 "다시는 알까기 하지 않겠습니다"며 응원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팀의 승리를 되찾아왔고 팬들의 웃음을 되찾아 줬으니 그야말로 확실한 '결자해지' 이었던 셈이다.
올해 들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뽐내며 SK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는 정근우. 야구 실력은 물론이고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재치와 유머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에 SK 홈 팬들의 '근우 어린이' 사랑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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