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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위기와 기회의 공존

기사입력 2007.05.17 10:47 / 기사수정 2007.05.17 10:47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그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속'

'스나이퍼' 설기현(28. 레딩)은 '극'과 '극'을 오간 프리미어리그 첫 번째 시즌을 보냈다. 그는 시즌 초반과 후반에 맹활약을 펼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으나, 시즌 중반에는 슬럼프에 빠져 오랜 시간 벤치를 달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통해 앞으로 '완전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봤다. 물론, 최근 이적설로 인해 향후 거취가 불투명하지만….

첫 번째 시즌, 가능성을 보다

설기현은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1도움 및 역전골 유도로 경기 MVP에 선정되는 상승세를 몰아 11월 19일 찰턴전까지 3번째 골을 넣으며 레딩의 초반 돌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들자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경기력이 나빠지기 시작한데다 르로이 리타의 상승세와 글렌 리틀의 부상 복귀와 맞물려 결국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그 후 79일 동안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레딩에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 리틀이 4월 초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확정되자 마침내 설기현에게 출전 기회가 찾아왔다.

설기현은 4월 10일 찰턴전에서 선발 출전하더니 볼턴 및 뉴캐슬전에서 연이어 어시스트를 기록하여 시즌 초반 감각을 되찾았다.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블랙번전에서 골을 넣는 값진 '유종의 미'를 거두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밝게 해주었다.

설기현은 리틀의 부상을 기회 삼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신중히 활용했고 장기간 벤치를 지켰던 위기 속에서 묵묵히 참고 기다린 끝에 시즌 막판 빛바랜 활약을 펼쳤다.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험난하게 보냈지만 앞으로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 값진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시즌 막판 빼어난 기량을 뽐내며 첫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것은 좋은 징조인지도 모른다.

빠른 템포가 필요해

하지만, 설기현에게 '장밋빛 미래'가 쉽게 다가온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이적설이 나도는 등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데다 벨기에리그 시절부터 이어온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여전히 자신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유럽 리그에서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노력했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그토록 뛰고 싶어했던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런 좋지 않은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오른쪽 윙어 설기현은 특히 측면에서 공을 잡을 때 머뭇거리면서 다음 공격 패턴을 진행하는 경기력을 펼쳤다. 문제는 공격 전개시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팀의 공격 템포를 살리지 못해 위협적인 팀 공격 기회를 잃은 단점을 종종 노출했다. 공격 전개가 전광석화 같이 빠른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 같은 경기력이 좋지 않다. 

다음 시즌에서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를 살리는 공격력을 키워야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경기력 향상에 중점을 두어 첫 번째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벨기에 주펄러리그 앤드워프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에 이르기까지 늘 발전을 거듭해온 '노력파' 설기현인 만큼 다음 시즌에서는 빠른 템포에 적응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150만 파운드의 가치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경험한 값진 첫 시즌을 보냈다. 주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하여 27경기 4골 4도움이라는 성적을 거둔데다 22경기는 주전 선수로 출전했다. 최근의 이적설로 앞날이 불안하지만 아직 벼랑 끝에 몰리지 않았다.

레딩은 지난해 여름 설기현을 팀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인 150만 파운드에 영입했다. 당시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 울버햄튼에서 활약중이었던 설기현의 기량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레딩에서의 150만 파운드는 설기현의 가치가 값지다는 것을 상징했다.

이제 남은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설기현은 그동안 갖은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참고 견뎌내면서 좋은 선수로 끊임없이 거듭났다. 다음 시즌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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