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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스포츠 15人 ⑧] 손연재, 2011년에도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

기사입력 2010.12.23 08:27 / 기사수정 2010.12.23 08:27

조영준 기자



- [2010 스포츠 15人 ⑧] 손연재 편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전 결승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작은 소녀는 줄과 후프, 그리고 볼과 리본을 들고 매트 위를 날아다녔다. 결코 만만치 않은 난이도로 이뤄진 자신의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한 손연재(16, 세종고)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유럽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종목인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나는 훈련이 이룩해낸 성과, 그러나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전날 열린 단체전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친 한국 리듬체조 국가대표팀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손연재 역시 단체전 메달을 놓친 아쉬움 때문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좌절을 쉽게 떨치고 일어난 그는 전날보다 훨씬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결국,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솔직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에는 개인전보다 단체전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한층 높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면서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으로 부상한 신수지(19)와 맏언니인 이경화(22), 그리고 그 누구보다 팀을 독려한 김윤희(19, 이상 세종대)와 손연재로 구성된 리듬체조 국가대표 팀은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단체 결선에 출전한 대표팀은 최종 합계 255.850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3위는 256.450점을 받은 일본이 한국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동메달을 가져갔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대표팀은 8년 만에 메달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손연재는 단체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개인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이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비교해 훨씬 성장해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0 FIG(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손연재는 개인종합 부분에서 32위에 머물렀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는 리듬체조는 동양권 선수들에겐 도전하기 힘든 종목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강자들 때문에 메달권 진입은 힘들어 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오른 안나 알랴비예바(17, 카자흐스탄)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강자이다. 또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율라야 트리피모바(20, 우즈베키스탄)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들 외에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는 만만치 않은 메달후보들이 있었지만 손연재는 최상의 연기를 펼치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전, 손연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달 동안 '특훈'을 받았다. 수구(리듬체조 기구)를 다루는 기술과 프로그램 전체를 완성시키는 훈련에 전념했던 손연재는 세계선수권 때와는 다른 선수로 변모해있었다.

손연재가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결선에서 획득한 108.45점은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이다. 온몸이 성할 곳이 없을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던 근성이 아시안게임에서 결실을 맺었다.



감출 수 없는 '스타성' 하지만,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로 남고 싶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각종 행사에 참석했고 훈련에도 매진하고 있다.

현재 손연재는 세종고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인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소집기간이 아닌 현재, 태릉선수촌을 나와 개인 훈련에 전념하고 있는 손연재는 물리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손연재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하루빨리 훈련에 전념하고 싶은 손연재의 머릿속은 온통 '리듬체조' 생각뿐이다. 2011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로 전지훈련을 떠나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지훈련지가 러시아인 점을 생각해 손연재는 러시아어 공부에도 집중하고 있다. 영어와 일어,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 손연재는 3개 국어로 일반적인 회화를 하는 수준이다.

2011년에 펼쳐질 월드컵시리즈와 국제대회도 올해보다 많이 출전할 계획이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아직 구체적으로 내년에 출전할 대회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세계선수권까지 포함해 6~7개 정도의 대회에 출전하려고 추진 중이다. 리듬체조는 실력과 풍부한 경험이 가장 중요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펼쳐질 전지훈련을 눈앞에 두고 있는 손연재는 '고독한 싸움'도 기다리고 있다. 머나먼 타지에 홀로 떠날 예정인 손연재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그곳에서 훈련에 전념할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스타성' 때문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손연재는 어디까지나 '리듬체조 선수'이고 싶다.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달려갈 길이 훨씬 많은 '기대주'이기도 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손연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고 있다.

손연재는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결국, 비로소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손연재의 본격적인 출발은 이제부터 시작됐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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