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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미 "아직 띄우지 않은 연기 승부수, 계속 도전해야죠"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1.03.14 12:30 / 기사수정 2021.03.14 05:2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임성미를 인터뷰 현장에서 마주한 첫 얼굴은 차분한 자세로 '파이터'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있던 뒷모습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다스리면서, 조금은 시간이 지난 촬영 당시를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1986년 생인 임성미는 한예종 재학 시절 정희재 감독의 단편 '복자'에 출연해 주목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흉터친구 역으로 장편 영화에 본격 데뷔했다. 대사가 없었음에도 섬뜩한 존재감이 돋보였던 연극 '헤다가블러'(2012)의 하녀 베르타 역을 비롯해 이옥섭·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2015)까지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장마당 상인 금순 역을 맡아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로 주목받았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과 지난 해 방송된 '스타트업', '날아라 개천용', 올해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까지 최근에는 브라운관에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희극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고 말을 꺼낸 임성미는 중학교 3학년 당시 진로를 정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연극반이 있던 고등학교에 진학해 연극반 활동을 이어가며 입시를 앞둔 3학년까지 연극제를 통해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임성미는 당시 자신에게 맞는 창작물까지 쓰며 이끌어 준 연극반 선생님이 '그야말로 은사님인 것 같다'는 말에 동의하며 고마움을 함께 전했다.



스무 살, 한예종 입학으로 임성미의 20대 역시 연기로 꽉 채워진다. 외국에 나가 많은 것들을 보고 겪었고, 그의 표현을 빌려 방황했던 시간도 있었다.


임성미는 "학교에서 학업에 열중하다 갑자기 사회에 '뚝' 하고 떨어져 내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적응이 오래 걸려서, 해외로 많이 떠나기도 했어요. 사진도 찍고, 춤도 추며 그렇게 다녔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가고,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렇게 33년 정도를 방황했다고 해야 할까요"라며 엷게 웃음 지었다.

매 작품 성실하게 파고드는 우직함, 때를 기다리며 날카롭게 다져가고 있는 자신만의 필살기는 스스로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다.

30대가 된 이후에도 단편영화 등 영화와의 연이 꾸준히 계속되고, 지금의 '파이터'로 배우상을 수상하며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 시간들을 꿋꿋하게 버텨온 그다.

임성미가 보고 있던 '파이터' 시나리오에도 이런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사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은 물론, 빈 공간에는 '감각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현장으로 간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내버려둔다. 그러면 어느새 표현이 된다'라는 글귀 등 스스로를 다잡으며 연기를 임하는 진중한 마음이 또박또박 적혀 있다.


임성미는 "어찌됐건 연기도 영화도 하나의 표현의 장르잖아요.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저 사람은 정말 연기 전공했구나' 정도로, 진짜 전문직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는 저 스스로 아직까지는 센 자존심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도 나 연기 전공했다, 내 전문성인데'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리로 따지면 레시피 같은 것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아직까지는 승부수를 많이 안 띄웠다고 생각해요"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강단 있는 말투 속 틈새를 파고드는 익살스러운 자기표현도 눈에 띄었다.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연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임성미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정말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임성미와의 대화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했던 말은 '성실'이라는 단어였다. 임성미는 "저 은근히 성실한 편인데…"라고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파이터' 시나리오를 함께 만지작거렸다.

"제가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듣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 많이 노력해요.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알고 넘어가야 되니까, 잘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못하겠다고 얘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모습을 굉장히 생소하게 보시더라고요. '네가 연기를 그렇게 하는 줄 몰랐다. 그냥 풀어놓으면 알아서 하는 줄 알았다'면서요. 물론 그런 지점도 있지만, 디테일한 장면들에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도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넘어가면 작품에 누가 될 수도 있잖아요. 늘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필해야 할 것은 하되 잘 듣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임성미는 "배우라는 영역도 전체 중의 한 파트인 것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작품에 균형감 있게 잘 녹아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들을 담아온 것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늘 첫 시작을 해왔고, 때로는 그것이 잘 보일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죠. 그러면서 돌아보니, 제가 처음 생각했던 마음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게 될 때가 있었거든요. 저도 앞으로 더 많이 살아봐야 알겠지만, 방향성이나 어떤 목표 설정 같은 것에 있어 제가 현실 가능성이 없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내가 처음 생각했던 마음을 쭉 밀고 가겠다는 그 믿음을, 한 작품 한 작품 더해가면서 챙겨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차분하게 털어놓았다.

'불리는 대로 불려지는 것이 배우 아닐까 싶어요'라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 임성미는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며 연기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지만, "말로 어필하는 것보다 제가 보여주고, 또 그것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큰 설명이 없어도 보고 느낄 사람들은 알게 될테니까요"라며 지금은 계속해서 그 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균형감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의지를 다지는 임성미의 눈빛이 빛났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또 다방면으로 다음 활동을 하기 위한 힘을 쓰겠죠.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저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더 편안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맞춰갈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사실 저는, 저라는 사람을 잘 포장할 재주도 없거든요.(웃음) 어떻게 하면 저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좋은 작품의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계속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생각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인디스토리,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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