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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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아르헨티나…'뚝심'으로 브라질 격파

기사입력 2010.11.18 14:22 / 기사수정 2010.11.18 14:25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신들의 축구 정체성을 '티키티키(Tiki-Tiki)'란 의성어에 부여한다.

패스할 때 나는 '틱-틱' 소리처럼, 짧은 패스를 빠른 리듬으로 주고받으며 저돌적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일에 가장 부합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키티키'가 항상 아르헨티나 축구에 승리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브라질전은 '티키티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거뒀다. 이것이 바로 전임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현 세르히오 바티스타 감독 휘하의 아르헨티나가 다른 점이다.
 
1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평가전에서 아르헨티나가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리오넬 메시의 결승골에 힘입어 브라질에 1-0 승리를 거두었다.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라이벌전에서 5년 만에 거둔 승리였다.
 
마치 20년 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맞붙은 양국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용에서 크게 밀렸지만, 디에고 마라도나와 클라우디오 카니기아가 환상적인 골을 합작하며 브라질에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날 역시, 승부의 결정은 메시의 화려한 플레이에서 나왔지만, 이날 아르헨티나가 보인 축구는 화려함과 큰 차이가 있었다. 시종일관 브라질의 젊은 패기에 고전하며 가까스로 볼 점유율을 대등하게 했고, 슈팅 수에서는 10-18로 크게 뒤졌다.
 
경기 내용의 열세는 아르헨티나 공격작업에서 패스의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아르헨티나는 잦은 패스미스를 범하며, 자신들이 자랑하는 '티키티키'축구의 명성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니콜라스 부르디소와 니콜라스 파레하의 중앙 수비라인은 다소 거칠긴 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브라질의 잇따른 슈팅들에 몸을 던졌고 하비에르 사네티는 노련하게 수비라인을 조율하며 브라질의 역공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에베르 바네가-하비에르 마스체라노-하비에르 파스토레의 미드필드라인 역시,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작업을 더디게 했지만, 볼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브라질 공격작업의 맥을 여러 차례 끊어 놓았다.

그리고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투혼에 보답이라도 하듯, 후반 추가시간이 돼서야 답답했던 공격라인이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프라인 근방에서 메시와 에세키엘 라베씨가 빠른 원 투 패스를 주고받았고 메시가 화려한 개인기로 브라질 수비진을 유린한 끝에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브라질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시종일관 작동하지 않던 아르헨티나의 '티키티키'가 후반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메시의 결승골 이전에 아르헨티나가 보인 끈적끈적한 스타일의 축구이다. 경기 내용에서 밀렸음에도 포기하지 않은 굳은 의지가 있었음에, 메시의 환상적인 플레이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끈적끈적함은 이번에 발견된 아르헨티나 축구의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단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그 끈끈함이 오래도록 자취를 감춰온 것일 뿐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어려운 경기를 펼침에도 1-0이나 승부차기 승리를 통해 결승까지 진출했고, 이러한 아르헨티나 특유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지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09 대회 우승을 차지한 에스투디안테스의 저돌적인 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대표팀의 화려하고도 막강한 공격 축구에 가려왔지만, 아르헨티나의 뚝심 축구는 최근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더욱 큰 성과를 발휘했다.
 
보카 후니오르스, 리베르플라테 등 화려한 공격 축구의 명문 클럽이 리그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몰락을 맞이한 반면, 에스투디안테스, 반피엘드, 아르헨티노스 등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아르헨티나 리그를 주름잡은 신흥강호들은 단단한 수비와 강한 근성을 바탕으로 포기를 모르는 축구를 구사하며 아르헨티나 리그의 세력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어쩌면 지저분할지 모를 승리에 대한 집착일 수 있으나, 어떤 역경에서도 승리를 쟁취하는 뚝심이야말로, 금세기 단 한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아르헨티나 성인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1987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이후, 성인 대표팀 대회에서 우승이 없는 실정이다.

[사진=리오넬 메시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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