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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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보고 싶은 불란지 가족의 모습

기사입력 2010.11.02 19:21 / 기사수정 2010.11.02 19:21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방송연예팀 김혜미 기자] 할머니가 큰손자인 태섭이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게 밝혀진 61화 에피소드에서 할머니는 사실, 큰손자의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주방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할머니는 민재에게 무섭게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때 할머니는 대강의 눈치를 채고 있었고, 그렇게 강하게 나가 결국 진짜 사실을 알게 된다. 맞나 아닌가 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큰손자의 존재를 '인정'했다.

사실 불란지 가족들은 할머니가 큰손자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그래서 60화 에피소드에서도 할머니가 호섭에게 좀 이상하지 않냐며 다그치고, 그 얘기를 들은 민재가 경수와 태섭에게 이제 불란지에 오는 걸 자제해 달라고 안타까이 말할 정도였다.

그 둘 또한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서로 괜찮다며 다독여야 했다. 설마 할머니가 그들을 인정해 주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당연한 추측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신이 학교 다닐 때의 선생님 이야기를 했고, 큰손자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민재에게 사람 힘으로 안 되는 걸 어쩔 수 없다고 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일종의 암묵적인 '인정' 인 셈이다.

민재는 그런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보인다. 병걸 또한 할머니에게 태섭이 그 녀석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자살밖에 선택할 수 없었을 거라며 태섭의 편에 서서 이야기한다. 가족 모두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태섭이를 보호한다.

민재가 경수와 태섭에 대해 안타까워 울고 있을 때, 그 둘은 평소처럼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경수는 태섭을 병원까지 데려다 준다. 변할 것 없는 평범한 그들의 일상이 그들을 가엽게 여기는 민재와 교차한다. 그들은 이렇게 남들과 다른바 없이 평범한 걸, 민재는 그런 그들이 안타까워서, 불쌍해서 운다. 평범하게 살아가려 웃는 그들이 슬퍼서 울었다.

가족이기에 가능하고 가족이기에 그래야 하는, 어쩌면 소수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사랑을 줄 수 있는 게 가족이다. 이기적인 말일 수도 있고 비현실적일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에 이어 할머니까지 큰손자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그건, 그 사람이 단지 큰손자라는 사람이고 그들 스스로 껴안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에 발가벗겨 내놓을 수 없다는 민재의 말 그대로다. 스스로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이해라는 어려운 말 대신 그들 자신을 자신답게 있을 수 있게 알아주는 것. 할머니는 그렇게 큰손자를 껴안았다.

경수와 태섭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밖에서는 아직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어쩌면 가장 기대고 싶고 기댈 곳이 될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틀 안이다. 항상 가족에게 배척받아왔던 경수는 처절하게 외로운 시간을 보낸 후에야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가족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30년 넘게 혼자 전전긍긍하며 마음을 닫고 살았던 태섭이는 이제 자신을 항상 걱정했던 할머니에게 인정받았다.

가족은, 그들이 가장 그리워하고 끊임없이 그들 자신을 보여주길 원했던 곳이다. 밖에서 아무리 상처받고 찢겨 돌아와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될지도 모르는 마지막 장소가 어쩌면, 가족이라는 틀이기 때문이다.

불란지는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저렇게 될 가족들의 모습은 흔히 말하는 '드라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란지 가족들의 모습은 그 '드라마' 라는 것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일종의 바람이다.


그것이 많은 시간이 필요해도 불란지 가족이 만들어낸 그 드라마가 부디, 경수와 태섭처럼 현실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그들을 위한 현실이 되어주기를 말이다.



김혜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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