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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은 女배구가 달라진 점 3가지

기사입력 2010.11.01 08:26 / 기사수정 2010.11.01 10:3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 한국여자배구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박삼용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일본 오사카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0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세트스코어 3-0(25-22 25-23 25-23)으로 완파했다. 지난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대회 3-0으로 이긴 이후, 무려 8년 만의 쾌거였다.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점은 중국의 최정예 멤버를 상대로 싸웠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이자 세계랭킹 3위인 중국은 아시아 배구의 탄탄한 수비에 유럽의 높이와 힘도 갖춘 팀이다.

중국의 '거포'인 왕이메이는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타점 높은 공격을 자랑한다. 여기에 눈 깜짝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동속공과 탄탄한 수비도 일품이다. 중국을 상대로 8년 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은 공격과 수비, 그리고 서브와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 D조 조별예선에서 나온 한국의 기량은 확실히 변해있었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서브리시브가 탄탄해졌다. 그리고 '팀의 기둥'인 김연경(22, JT마베라스)의 의존도도 줄어들었다.

최고의 멤버들이 모여 3달 이상을 합숙한 한국은 지난해와는 다른 팀으로 변모해 있었다. 리베로 남지연(27, GS칼텍스)은 탄탄한 서브리시브와 디그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공격과 수비에서 늘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한송이(26, 흥국생명)도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 레프트 공격수로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한송이는 한층 빠른 움직임으로 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황연주(24, 현대건설)는 김연경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176cm의 단신 공격수이지만 과감한 공격력을 구사하며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60%가 넘는 후위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주공격수인 김연경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를 펼쳤다. 팀 컬러와 조직력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한국 배구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도 실종돼 있었다.

대회가 임박하면 짧은 기간에 손발을 맞추고 대회에 출전한 점이 화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늘 부상 선수들이 많아 최상의 팀을 완성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올해는 달랐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여름 한 달 동안 태릉에서 합숙 훈련을 가졌다. 또한, 2010 IBK기업은행 KOVO컵이 끝난 이후 곧바로 소집돼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대회에 참가했고 지난달 말에는 황연주와 '전천후 센터' 정대영(29, GS칼텍스)이 가세했다.

주전 선수는 물론, 대기 멤버까지 풍부해지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최고의 좌우 쌍포인 김연경-황연주 라인이 형성됐고 이들을 받쳐주는 보조 공격수로 한송이와 한유미가 나서게 됐다.

'백전노장' 김세영(30, 한국인삼공사)과 '대표팀 막내' 양효진(21, 현대건설)이 버티고 있는 센터진도 한층 안정화 됐다. 중국과 비교해 센터진의 이동속공과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절묘한 블로킹 감각으로 중국의 높은 공격을 차단해냈다.

높이와 공격이 최상으로 구축한 대표팀은 수비진까지 탄탄하게 갖춰졌다. 주전 리베로인 남지연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끈질긴 디그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다. 

여기에 수비 전담인 임명옥(24, 한국인삼공사)의 힘이 더해졌다. 이들을 지휘하는 세터 김사니(29, 흥국생명)까지 건재한 대표팀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최고의 선수 구성을 갖추게 됐다.

좋은 선수가 모이고 서로 손발을 맞추게 될 시간까지 얻자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현재 소속팀 없이 대표팀에 '백의종군'하고 있는 한유미(28)는 "다른 때와는 달리 올해는 연습 기간도 있었고 잘하는 선수들도 모두 모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책임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과 함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연주도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의 멤버가 모두 모인 것 같다. 그 때는 내가 경험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또한, 함께 한 선수들 간의 호흡도 4년 전보다 좋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조직력'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리시브가 제대로 이루어지자 약속된 플레이는 척척 맞아 들어갔다. 또한,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은 늘 승리를 거두며 캐나다와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중국에게 단 1세트도 허용하지 않았다.

부상과 훈련 부족이라는 '고질병'을 이겨낸 여자배구 대표팀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공격과 수비, 그리고 블로킹에서 모두 우위를 보인 한국은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의 전망을 한층 밝게 만들었다.



[사진 =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여자배구 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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