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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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작은 외침이 시작됐다

기사입력 2007.03.26 02:10 / 기사수정 2007.03.26 02:10

황교희 기자
[엑스포츠뉴스=황교희 기자] '프로구단들에 마음대로 한번 해봐라'라고 한다면? 

"아마 삼성 같은 구단들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경기장 다섯 개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좌석에 앉아보면 공간이 좁아서 야구를 2~3시간씩 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렇듯, 지난 24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실에서 한국 프로야구계의 작은 외침이 시작됐다.

      

새벽까지 큰 비를 뿌렸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은 듯 비는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제1회 프로야구선수협회 명예기자단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찾았다. 지난 2000년 1월 송진우(한화)회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KPBPA)’는 선수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선수협의회는 당시 KBO이사회에서 ‘선수협회에 속한 선수들을 전원 방출한다’는 결의로 맞대응을 펼쳤을 정도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단체다.
시작 20분여를 남겨두고 도착한 사무실에는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 홍보팀 최은진 과장과 사원 2명이 행사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약 300여 명이 선수협 명예기자에 신청했지만 그 가운데 14명을 선발, 팀당 1명~3명까지 배정했다고 했다는 게 홍보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21.4대 1의 경쟁률, 웬만한 대기업 입사를 방불케 한다.
1시가 조금 넘어서자 합격자 14명 중 10명이 참석한 선수협회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선수협회 직원소개와 명예기자단의 개인 소개가 이어졌다. 8개 각 지역에서 올라온 만큼 연령과 경력 또한 다채로웠다. 20대 대학생부터 가장 연세가 높으셨던 57세 롯데 자이언츠 골수 팬까지 어색하지만 저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풀어놓았다.
“해외 출장 등으로 당시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있을 때 둘러본 경기장과 야구 환경에 대한 글을 묶어 지난 9월 책을 냈다”는 분을 비롯해 “모 방송국 야구 중계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카메라 위치에 대한 지적을 했다”는 등 남다른 야구사랑을 과시(?)했다.
“기본적인 야구 지식과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됐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자체보다는 다른 시작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됐다”라고 말한 관계자의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선수협회 창립 당시 과정이 담긴 비디오 시청 뒤에 이어진 명예기자단 활동 내용 소개와 질의 문답 시간이 되자,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는 야구장 시설 문제를 비롯해 용병 수급과 선수들의 연봉 문제 등 그동안 야구계를 지켜보면서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마치 KBO 이사회 같은 중요 쟁점들을 놓고 펼치는 상황인 듯 착각에 빠지게 했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82년 출범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프로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는 몇몇 지방 경기장과 경기 침체로 이어진 관중감소 그리고 올 초 현대 유니콘스 매각까지, 해결해야 문제들이 점점 쌓이고 있는 것이 현 2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현주소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KBO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객원마케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 만들기’에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명예기자단은 올 시즌 야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언론 매체들이 할 수 없는 기사들을 다뤄, 한 층 발전된 프로야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잡히지 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문제들을 많은 이들에게 인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에 작은 외침은 이미 시작됐다.


황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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