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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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퇴출“… 축제 속의 슬픈 목소리

기사입력 2007.03.25 20:24 / 기사수정 2007.03.25 20:24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비록 경기는 졌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팀의 경기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관람객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축구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은 경기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가  결코 즐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던 팀의 유니폼에 'X'표를 해야 했던 사람들, 바로 고양 국민은행의 서포터들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슬프게 했으며, 그들이 A 매치 경기에 자신의 유니폼과 응원 걸개를 들고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승격 거부, 팬 기만… "나의 팀을 잃었다" 



<경기 시작 전 장외에서 시위를 진행 중인 고양 서포터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고양 서포터들은 경기장 밖에서 국민은행을 비난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걸개에 '근조 KB', '근조 한국축구', '근조 승강제'라고 쓰며 K 리그 승격을 거부한 국민은행의 결정을 비난했다. 고양 서포터들은 국민은행이 팬들과 선수들을 기만하고 K 리그 승격을 거부한 데에 대한 실망이 컸던 듯, 과거 연고이전을 하며 서울과 제주가 얻은 별명인 ‘패륜’이란 용어를 국민은행에 붙여 걸개에 쓰기도 했다.

이들은 원래 상대팀을 도발하는 응원가를 국민은행에 대한 응원가로 개사하여 부르면서 국민은행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다른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고양 서포터 '보레아스'의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국민은행의 기만적인 행위를 비난하고, 승강제의 올바른 정착과 고양의 시민구단 설립을 주장하기 위해 시위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승격 거부의 대가가 고작 '감점 20점?' 

자신의 팀 유니폼에 X표를 하고, 자신의 팀이 퇴출당하기를 바라는 서포터들의 마음은 참 착잡해 보이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처음으로 시작되는 승강제의 대상인 고양 국민은행이 승격을 받아들일 것처럼 해놓고, 막상 N 리그 우승을 하자 꼬리를 빼는 기만적인 행위에 분노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은행은 언론을 통해 "은행법의 제약으로 승격할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막상 담당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승격 관련 질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애초에 K 리그 승격에 대한 의지나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국민은행은 N 리그 우승이 결정되기 이전부터 '승격 불가'를 내부 방침으로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수들을 열심히 뛰게 하기 위해" 이러한 내부 방침을 선수단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K 리그 승격 포기 후 서포터들에게 "나중에 잘 되면 또 승격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이들을 위로했지만, 막상 연맹이 요구한 승격각서는 쓰지 못하겠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고양의 서포터들은 “승점 감점 20점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승격을 안 하게 해주는 '선물'이 아니겠느냐"며 연맹의 솜방망이 징계 역시 비난하였다.

한국 축구의 희망, 연고정착과 승강제 

<하프타임 도중 시위를 진행 중인 고양 서포터들과 붉은 악마>

이처럼 A 매치 경기에 시위성 행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도 부천 SK의 제주 연고이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앙골라전의 시위는 연고이전 반대의 메시지가 일반 축구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경기 분위기를 해쳤다"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고양 서포터 20여명과 붉은 악마의 주도 속에 진행된 ‘反 국민은행’ 시위는 작년 앙골라전의 시위를 거울삼아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질서 있게 진행되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은 경기장 밖에서의 시위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주기도 했으며, 일부 축구팬들은 고양 서포터들과 함께 북을 울리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별 무리 없이 끝난 고양 서포터들의 시위는 국민은행 사태를 잘 모르던 축구팬들에게 사태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격을 포기한 팀을 당장 승격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팬들의 바람대로 진정 팬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시민구단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팬들과 늘 함께하고, 최고의 자리를 위해 노력하는 구단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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