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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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호 '비상'을 위한 5가지 지침

기사입력 2007.03.25 10:39 / 기사수정 2007.03.25 10:39

박형진 기자

베어벡호 '비상'을 위한 5가지 지침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때도 있다.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는 아시안컵을 앞둔 한국 대표팀의 부족한 점을 콕콕 짚어준 '쪽집게 과외'였다. 과연 현재 한국 대표팀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1. 중앙수비수를 기용하라.

베어벡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지적하였지만 오늘 포백의 수비운영은 낙제점을 받아 충분했다. 수비조직력은 중앙수비의 능숙한 수비 운영에서 나온다. 중앙수비수는 상대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동시에 일자수비를 위아래로 조정하며 오프사이드 함정을 파놓는다.

김동진-김상식의 비전문 중앙수비수 실험은 이제 '실패'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소속 클럽에서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하여 이틀만에 중앙수비수로 변신시키는 것은 마법사가 할 일이지 축구 감독이 할 일이 아니다. 비전문 중앙수비수는 미드필더진에 필요 이상의 수비 부담을 주고 있으며, K 리그를 둘러보면 쓸만한 중앙수비수는 얼마든지 있다.

2. 이영표에 필적하는 오른쪽 윙백이 필요하다.

오늘 전반전 내내 설기현은 할 일이 없었다. 공이 왼쪽 측면에만 머물러 있었기 떄문이다. 한국팀의 공격은 필요 이상으로 이영표에 의존했고, 이영표는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긴 했지만 수비가 왼쪽으로 집중되면서 효율적인 공격에 실패한 꼴이 되었다.

오범석이 후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가 한국팀의 베스트 11에 들 정도의 수준인지는 재고해보아야 한다. 오범석은 분명 성장가능성이 큰 선수이긴 하지만, 충분히 성장해있는 선수는 아니다. 전반전 오범석은 어설픈 위치선정으로 한국팀이 엉성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구성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송종국과 조원희가 여의치 않다면,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김치우나 김동진을 왼쪽 윙백으로 쓰는 방법도 좌우 균형을 위해서는 괜찮아 보인다.

3. 수비형 미드필더도 공격을 해야 한다.

베어벡호가 아드보카트호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있다면 바로 미드필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베어벡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성공한 '더블 볼란치' 전략을 선호하는 듯 하나, 문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루과이전의 경우, 두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격 상황에서 상대 역습을 대비한 사실상의 수비수 역할을 했다. 김정우와 이호 두 선수에게 창조적인 패스, 기습적인 중거리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성향이 강한 이천수, 박지성 대신 김두현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 잡으면서 김정우와 이호가 번갈아가며 공격진에 올라오기는 했으나, 이미 전세는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어딘가 앞뒤가 바뀐 모습이다. 중앙수비수에게 패싱력을, 중앙미드필더에게 수비력을 요구하는 이 전술은 지금까지 전혀 성공적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4. 박지성의 활용 방법을 결정하라.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네임 밸류가 높은 박지성은 최근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팬들은 맨유에서 보여주었던 탑 클래스의 움직임을 박지성에게 기대하지만, 박지성의 움직임은 이천수, 김두현 등과 겹치기 일쑤이며, 맨유에서 보여주는 과감한 슈팅도 볼 수 없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윙백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 수비 중앙의 빈 틈을 파고들며 슈팅을 하거나 어시스트를 하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박지성의 장점을 살리려면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진의 활발한 공간 만들기가 필요하다. 박지성은 크리스티앙 호나우두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선수는 아니다.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의 활용 방법을 확실히 결정하지 못한 듯 하다. 이천수와 박지성은 포지션을 바꾸는 과정에서 서로 겹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베어벡이 한국 대표팀을 '박지성의 팀'으로 만들지, 아니면 박지성에게 한정된 역할만을 맡길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5. 피지컬 좋은 원 톱이 최선인가?

베어벡 감독의 공격 전술은 간단하다. 측면 공격에 따른 크로스, 원 톱의 볼 장악, 다른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의 세컨드 볼 플레이에 따른 결정이 전부이다. 이러한 전술에는 다재다능하며 피지컬이 좋은 원 톱이 필요하며, 베어벡 감독에게 조재진은 이러한 역할을 맡을 적임자로 보이는 듯 하다.

불행하게도 조재진은 꾸준하게 대표팀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조재진을 원 톱으로 활용하기에는 안정환, 박주영과 같은 기술이 좋은 스트라이커들이 너무 아깝다. 기성용, 손대호 등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베어벡 감독의 취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는 영화 '300'이 아닌 축구를 하는 것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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