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21 13:53 / 기사수정 2010.10.21 13:53
[엑스포츠뉴스 방송연예팀/김혜미 기자] 누군가에게 배척받는 입장은 힘들다. 그게 자신이 고칠 수 없는 이유로 평생 동안 배척받는 거라면 더 할 것이다.
지난 16일 방영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일상의 어떤 상황이라면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아주 잠깐의 장면이었지만, 택시에 탄 경수와 태섭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떨결에 자신들의 정체(?)를 밝혀버리곤 같이 얘기를 듣고 있던 택시기사가 "너희들 재수 없다며 내리라"는 장면이다.
실제 소수자들이 그런 일을 겪었을 때, 일반 사람들이 저럴 수도 있겠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당연한 일이 되어왔다. 재수 없다며 내리라는 기사에게 경수는 우리도 엄연한 승객인데 왜 이유없이 내려야 하냐며 따졌지만 결국 태섭이 말리며 둘 다 택시에 내린다.
그러나 그 둘은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갔다.
그들은 드라마 속 내내 자신들을 안타까이 여겼다. 얼음물에 처박히고, 자신은 자격미달이며, 죽어달라면 죽어드리겠다고, 우린 멍멍이 새끼들이라며 자신들을 바라봤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반응이 당연하다 여기며 스스로 위안하며 또는 안쓰러워했다. 자신을 연민하며 서로 토닥여 왔다.
그런 그들이 택시 안에서의 그런 일을 겪었을 때, 택시에서 내려 또 그 둘이 다투거나, 또는 스스로 불쌍하게 여길 거라 생각했던 필자에겐 바로 웃으며 길을 걸어가는 그 둘의 모습이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런 냉대를 받았을 땐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그랬듯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들에게 그런 상처가 너무 많아 이제 더 이상 상처가 박힐 곳이 없는 것인지, 이젠 그런 냉대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버릴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는 몰라도, 더이상 자신들을 불쌍해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시해버릴 수 있는 모습.
그건 적어도 그들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모습이었다.
17일 방영분에서는 경수가 대놓고 금지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금지에게 경수는 아주 당당하고 천연덕스럽게, 나 그런 사람이라며 태연하게 말한다. 아웃팅을 당하고 쫓기듯 제주도로 내려와 웅크리고 살던 경수는 어느덧 자신의 애인 친구에게 버젓이 자신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황당한 친구를 떼어놓기 위해 얘기했다는 이유였지만 어찌됐든 자신을 스스럼없이 밝힌 건 마치 그것이 뭐가 문제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거기엔
그들은 이렇게 조금씩 변해간다. 드라마가 끝을 달리고 있는 지금, 그들은 확실히 옛날과 달라져 간다.
꽁꽁 숨어있던 태섭이 알을 깨고 나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경수는 집과, 전 아내에게 돌아오란 이야길 수차례 들어도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싶어 돌아가지 않겠다고 얘기한다.
그런 둘은 조금만 밖으로 나와도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서로 원망하기도 한다.
경수와 태섭은 그러면서 살아간다. 이젠 뭐가 문제냐는 듯이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것처럼 얘기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지만 그게 뭐가 어떠냐며 자신을 인정한다. 세상이 자신들에게 겨누는 창을 이제 두려워하지 않고 걸어나가는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이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물론, 쉽지는 않은 길이지만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23일 방영될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아직도 그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그들이 당당해질 수 있는 길 또한 이렇게 어렵다. 그럼에도, 경수와 태섭은 드라마가 끝나는 그 길까지 같이 하고 함께 시청자들과 마주해야 한다.
아무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해져야 하는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의 끝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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