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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리부트①] 너도 나도 트로트…이유 '있는' 전성기

기사입력 2020.09.13 07:00 / 기사수정 2020.09.12 09:01

최희재 기자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이해 '트로트 리부트'를 주제로 트로트의 역사와 인기 비결, 앞으로 지금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움직임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하나의 음악 장르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로서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트로트가 송가인, 임영웅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주목 받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게 된 배경과 발전 과정을 되돌아봤습니다. 또 트렌드의 중심이 된 트로트가 지금의 인기와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대중문화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더불어 원조 K트로트 한류의 선두주자 김연자를 통해 과거 일본 활동 당시 이야기와 향후 트로트의 글로벌 인기 전망까지 함께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트로트 광풍이 불고 있다. 트로트는 '제2의 전성기'라는 소리를 들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가요의 한 '장르'로, 일제 강점기, 폭스 트롯에 바탕을 둔 일본의 엔카(演歌)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트로트는 '한'이라는 한국인의 정서와 꺾기 창법으로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8~90년대, 대중들이 포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트로트는 자연스레 뒤로 밀려났다. 이후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 젊은 층의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만이 이름을 알렸고, 이들 또한 방송보다는 행사를 통해 활동해왔다.


동떨어진 노래, 옛날 사람들이 듣는 노래로 취급받던 트로트가 최근 다시 유행의 중심이 됐다. 누군가는 '갑자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트로트는 꾸준히 변화하며 입소문을 타왔다. 2017년, 한 트위터리안은 제2의 '백세인생'으로 만들어보자며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언급했다. EDM이 가미된 새로운 트로트, 단순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가 '아모르파티' 인기의 이유였다. 이후 방송 출연, 후배 가수들의 커버가 줄을 이었고, 김연자는 '2018 KBS 가요대축제'에서 엑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아이돌 그룹과 엔딩을 꾸미기도 했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서서히 '트며들고'(트로트와 스며들다의 합성어) 있던 2019년, TV조선 '미스트롯'이 출격했다. 무궁무진한 매력의 무대, 오디션 방식의 방송 시스템, 뉴트로 유행까지 합쳐지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편견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도 충분했다. '미스트롯'의 최종 1위는 송가인이 차지했으며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18%를 육박했다.

특히 송가인은 국악 전공자 다운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애절한 표현력으로 국악 트로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었다. 송가인은 콘서트와 음악 방송을 통해 팬들을 찾아갔으며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眞)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송가인을 필두로 '트로트 팬덤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미스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 남자 버전 '미스터트롯'도 출발을 알렸다. '미스터트롯'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됐다. 개그맨 김인석, 유명 강사 정승제, NRG 천명훈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들이 오디션에 참가해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트롯' 오디션에는 1만 5천 여명이 지원했으며,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35%를 넘어섰다.

매 경연이 화제였으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경연이 끝나고도 TOP7을 중심으로 한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이 방송되면서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TOP3 정도가 주목받았던 '미스트롯'과는 달리 '미스터트롯'은 출연자 대부분이 다수의 방송, 광고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트로트 열풍, 다양한 부캐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석은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 속 '뽕포유'를 통해 부캐(부캐릭터) 유산슬로 데뷔했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은 가수 진성이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다. '뽕포유'를 통해 진성과 '안동역에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재조명되기도 했다. 

유재석은 뜬금없는 부캐 변신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노래 교실을 방문하거나 트로트 선배들을 찾아가 트로트를 배웠다.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 단 두 곡 으로 음원 차트 정상을 석권하며 트로트 열풍에 불을 지폈다. 

2019년에 '미스트롯'과 유산슬이 있었다면, 2020년은 '미스터트롯'과 둘째이모 김다비가 있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유재석에 이어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 정규앨범 '주라주라'를 발매했다. 높게 올려 묶은 머리에 몇십 개의 핀, 세련된 등산복 차림, 앞니에 묻은 루즈까지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이모 캐릭터로 변신한 김신영은 '주라주라'를 직접 작사했다.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등의 가사는 2030세대의 마음을 그야말로 저격했다. 


부캐로 트로트 솔로에 성공한 유산슬, 김다비에 이어 트롯돌도 등장했다. 장윤정은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자로 변신해 '트로트 아이돌' 다섯장을 데뷔시켰다. 또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이대원, 강태관, 황윤성, 김경민은 미스터T라는 트로트 그룹을 결성해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로트는 발라드, EDM, 힙합 등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거쳐 신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음악의 다양화와 인식의 변화로 인해 2~30대 또한 트로트를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열풍과 부캐 트로트 가수의 성공을 거쳐 트로트는 전환점을 맞았다. 이렇게 트로트라는 장르와 가수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모든 방송사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흥을 돋우는 역할, 일회성 출연에 그쳤던 트로트 가수들이 이제는 시청률 보증수표가 됐다.


가수 뿐만 아니라 팬들도 '열일'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트로트의 팬덤화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송가인 하면 공식색인 핑크와 팬덤 이름 어게인이 떠오를 만큼 송가인을 시작으로 팬덤화가 가시화됐다. 팬덤마다의 정체성, 유대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덕질'은 또 다른 행복, 취미로 자리잡았다. '내 가수'를 서포트 하기 위해 중장년층은 '요즘 덕질'을 배운다. 방송과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유튜브와 각종 SNS로 소통하는 법을 공부한다. 

팬덤의 확대는 곧 소비시장의 확대다. 최근 김호중의 입대 전 앨범 '우리家'는 선주문만 30만 장을 돌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진도에는 송가인 생가가, 포천에는 임영웅 마을이, 하동에는 정동원길이 만들어졌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SNS,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모님 트로트 콘서트 보내드리는 게 효도'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모님의 열성적인 팬심으로 인해 '덕질'에 동참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처럼 트로트는 '요즘 문화'에서 소외됐던 세대와 '요즘 문화'를 이끌어가는 세대의 연결고리가 됐다.

마주할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 트로트는 여전히 대중과 가까이서 소통하며 위로를 전하고 있다. 친숙한 멜로디로 늘 곁에 있으면서도, 늘 도전하고 변화하는 K트로트의 미래에 미리 박수를 보낸다.

([트로트 리부트②]에서 계속) 

jupiter@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BS 방송화면, TV조선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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