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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어머니’ 최주영 의무팀장, "태극전사! 축구를 즐겨라!"

기사입력 2007.11.13 18:21 / 기사수정 2007.11.13 18:21

김범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범근 기자] '선수들이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14년 동안 축구 국가대표팀을 한결같이 지켜온 최주영 의무팀장(55)의 뼈 있는 한마디다. 1994년 7월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부터 지금까지 총 12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거치는 동안 최 의무팀장은 언제나 변함없이 선수들을 보살핀 대표팀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월드컵 출전 횟수도 3번. 그는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을 통해 이임생, 황선홍, 최진철에게 붕대를 감아주었던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축구에 대한 사랑과 선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뼈있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선수들, 축구를 즐겨다오

"정신적 부담감은 근육을 위축시켜 순발력을 더디게 합니다. 꼭 골을 넣어야겠다고 해서 항상 골을 넣을 순 없는 거잖아요"

정중히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질문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동국의 최근 부진에 대한 원인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이동국은 고군분투하며 출전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아직 리그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 의무팀장의 이동국의 부진에 관한 충고는 계속되었고, 선수를 끔찍이 아끼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심리적인 부분이 이동국 선수의 활약을 크게 좌우할 겁니다. '내가 최고다'는 생각으로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무의식적으로 축구를 즐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어느새 골도 들어가지 않을까요? 이동국 선수와 오랜 시간 함께 한 사람으로써 잉글랜드에서 아름다운 전성기를 보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 선수에게 축구를 즐기라는  말을 자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신적인 즐거움은 육체적인 효용을 높입니다. 저의 경우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가슴 한쪽에서 올라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고통이 마음속의 씨앗이 되어 커다란 기쁨으로 승화됩니다"고 답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14년간 대표팀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듣는 듯, 그의 대답 속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 마음가짐은 선수들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찡그린 얼굴로 선수들을 대한다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되고, 결국엔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그래서 저는 항상 제일을 즐기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밝은 표정으로 대합니다"

이토록 심리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최 의무팀장이지만 의외로 대표팀에 꼭 심리치료사가 필요 있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심리치료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프로팀과는 달리 대표팀에서는 현실적으로 심리치료사가 항상 동행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코칭 스태프와 의무팀이 기본적으로 심리치료에 대한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2002년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통해 심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2년 월드컵 때 김태영 선수가 코뼈 부상을 당했을 때 히딩크 감독님께 김태영은 코뼈만 다쳤을 뿐이고 정신적, 심리적 문제는 없다. 따라서 출전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다행이 김태영 선수는 아무런 탈 없이 경기를 마쳤죠"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태극전사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지닌 최 의무팀장. 그러나 그에겐 한가지 별명이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저승사자'.

"재활훈련을 함께 하던 하석주, 김태영 선수가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죠. (웃음)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이영표 선수 같은 경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지독한 재활훈련 때문에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이영표 선수의 눈물이 있기에 지금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무릎으로 인해 아픈 적이 없었으니까요."

최 의무팀장 이상으로 선수들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되는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 다독거려 주는 것,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죠. 선수들은 귀하게 다뤄야 합니다. 저와 선수들 간의 관계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내가 힘든 것보다 그들을 보살피는 것이 우선이죠."

혹시 사이가 너무 가깝고 편한 나머지 '엄살'을 피우는 선수는 없었을까? 조심스런 질문과 진지한 대답이 오갔다.

"대표팀에 엄살이란 없습니다. 주전경쟁이 치열하니까요. 대표팀은 한정된 자리이고, 선수들로서는 매우 큰 자부심이기 때문에 엄살을 부리진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아픈 선수가 있다면 될 수 있으면 쉬게 하는 편입니다. 또 요즘엔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아픈 곳을 말해주는 편이죠"

최 의무팀장의 대답 속에 대표팀 내 치열한 주전경쟁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국축구, 아픈 만큼 성숙해지길

대표팀 선수들의 몸에 관련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최 의무팀장. 그는 2007 아시안컵 기간 도중 일부 선수들의 음주사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단 축구인으로서 유감입니다. 또 은퇴시기에 가까운 선수들이 입을 불명예에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저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동안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팬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데, 오랜 기간 동안 지켜와 보던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그 마음이 전해졌다.

한편, 그는 곧 선임될 대표팀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축구 대표팀의 발전을 기원했다.

"가장 힘들 때가 기회이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감독님 오셔서 아시아의 맹주, 월드컵 4강 전력을 되찾기 위한 재무장을 해야겠죠. 진취적이고 전진하는 대표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한국축구에 대한 뼈 있는 충고를 남기며 인터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것 중 하나가 온 국민이 축구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다시 한국축구가 일어서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축구인들이 힘써 연구하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저 또한 그 일원으로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써서 선수들이 제 기량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와의 악수는 따뜻하면서도 아픈 곳이 절로 나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대표선수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처럼, 한국축구의 아픔들도 곧 치유되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가슴을 채웠다.

[사진(C) 엑스포츠뉴스 김범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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