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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한국여자배구가 일본의 벽을 넘으려면. - 3.

기사입력 2007.11.06 13:18 / 기사수정 2007.11.06 13:18

조영준 기자

  미들블로커들의 선전 없이는 넘기 힘든 일본의 벽.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근래에 벌어진 여자배구 한일전을 보면서 대다수 배구 팬들이 공감했을 부분이 바로 이 점일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대등하거나 김연경이란 걸출한 공격수를 생각하면 한국의 근소한 우위가 보인 양쪽 날개에 비해 중앙의 전력은 격차가 심합니다.

  그렇다고 비단 한국의 주전 미들블로커인 김세영(KT&G 아리엘스)과 정대영(GS 칼텍스)의 기량이 일본의 같은 포지션 상대인 스기야마 사치코와 아라키 에리카보다 훨씬 뒤쳐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스피드와 현재 지닌 공격의 다양성을 따진다면 그들이 한국의 센터진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술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미들블로커 진들의 자원이 일본에 비해 여러모로 딸리는 점도 부족한 부분이지만 세밀한 조직력이 뒷받침돼야 나올 수 있는 게 바로 중앙속공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맞붙은 한일전에서도 김연경이 혼자서 31득점을 올린 한국에 비해 일본은 모두 고른 분포를 보이며 득점을 올렸고, 중앙 센터인 스기야마와 아라키는 모두 두 자리 수의 득점을 올렸습니다. 특히, 아라키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빠른 속공을 연거푸 성공해내 한국의 추격할 의지를 상실케 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일본의 두 주전 미들블로커인 스기야마와 아라키는 오랜 기간동안 대표팀 센터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센터로 성장해 갔습니다.

  중앙속공도 위력을 발휘하려면 높이와 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점이 서구나 남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아시아권 선수들은 그들보다 한층 빠르고 다양한 속공을 구사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여자 대표팀의 주전 미들블로커, 정대영)

  현재 한국팀에게서 나타나는 스피드의 결여와 단순한 A퀵과 B퀵만으론 국제무대에서 기지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일례로 한국 최고의 미들블로커이자 여러 국내무대에서 MVP를 수상한 정대영은 국내무대에 비해 국제무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센터진의 기량이 그만큼 국제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재 정대영이 부상 중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의 미들블로커들을 살펴보면 빠른 이동공격을 수행해낼 선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최장신 미들블로커인 김세영도 자신의 신체적인 조건을 유리하게 살릴 스피드가 아쉬운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정확성과 세기도 부족하지요. 이에 반해 일본의 미들블로커인 스기야마와 아라키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중앙공격을 구사합니다.

  A퀵과 B퀵은 물론이고 그들의 장기인 이동공격은 정말 일품입니다. 그런데 이동공격도 단순히 한 가지 루트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합니다. 상대방 블로커들의 위치와 성향, 그리고 후위의 수비위치까지 확인한 다음에 그에 적합한 긴 토스와 짧은 토스를 다케시다 세터가 번갈아가면서 올려줍니다. 일종의 이동속공 위치의 조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이동하면서 때리는 위치도 매 순간마다 변하니 참으로 이동속공을 따라가거나 위치를 잡고서 블로킹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여기에 한 박자 쉬고 때리는 시간차 속공까지 구사하니, 중앙에서 할 수 있는 공격은 다한다는 것이 맞는 지적입니다.

  이렇게 빠르고 다양한 중앙 속공은 일본의 전매특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높이와 힘을 강조한 세계의 강호와 맞설 이들의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되었지요. 사실 한국도 중앙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높이와 힘이 떨어지니 그들보다 무조건 빨라야 되고 패턴 역시 다양해야 합니다.

  이러한 중앙속공을 완성하기 위해선 리시브가 우선이 돼야하고 그 다음으로는 세터의 역량도 한몫해야 합니다. 다케시다 세터가 높이 평가되는 부분은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양한 중앙 속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토스웍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김사니 세터도 리시브가 받쳐주면 빠른 속공을 만들 줄 아는 토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케시다처럼 다양하게 안정된 중앙토스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세터로서 상대방 블로킹을 따돌릴 수 있는 파악 능력도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새롭게 대표팀으로 발탁된 미들블로커 지정희)

  이런 면이 바로 중앙의 부재로 이어지게 되어지는 결정적인 원인들이 되었습니다. 공격의 다양화를 줄기차게 외치지만 왜 그것이 필요한지는 실전을 통해서 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팽팽한 승부에선 양 날개의 공격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포인트를 내려면 더욱 확률 높은 공격을 구사해야 합니다.

  빠른 중앙속공의 성공확률은 양 날개의 스파이크보다 높습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윙스파이커들이 최고 득점을 올리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도 공격성공률은 50%를 상회합니다. 이 정도도 윙스파이커로선 엄청난 공격 성공률입니다.

  반면 선전한 미들블로커의 속공 성공률은 60~70%나 됩니다. 공격의 횟수가 아니라 같은 공격이라도 어느 쪽이 더 성공률이 높은 지는 여기서 답이 나옵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거나 수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포인트를 내는 중앙 속공 플레이.

  양 팀의 윙스파이커들이 흔들릴 때, 일본은 그것을 대처하고 신속하게 점수를 따낼 루트가 있었고 한국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한국으로선 넘지 못할 벽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의 주포인 구리하라 메구미와 다카하시 미유키를 막으면 바로 스기야마와 아라키가 대응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따라갈 시점에서 일본은 중앙 속공을 통해 계속 점수차를 유지해 갔습니다.

  중앙 센터진에서 보이는 이 간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선 한국이 빠른 기간동안 현재의 일본 센터 진을 앞선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고 한국의 다양한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있어선 미들블로커진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일본전에서 세컨드 찬스를 제대로 살리고 중앙 센터들이 모두 두 자릿수 정도의 공격 포인트를 따낸다면 현재의 양상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로 한국팀이 따라잡지 못한 일본팀의 간격을 좁혔기 때문이죠.

  거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지금보다 몇 단계 성숙한 조직력이 완성되면 이제 10연패의 사슬을 끊고 일본을 꺾을 기회는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 한국여자대표팀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브리시브와 위에서 언급한 것들입니다.

  4년 전, 올림픽 출전을 모두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을 때, 그러한 우려를 뒤집고 세계의 강호를 물리치며 당당히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디 그 장면이 내년 5월에도 재현되길 간절하게 기원해 봅니다. 


<사진 = GS 칼텍스, KT&G 아리엘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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