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01 16:19 / 기사수정 2010.10.01 16:33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여자축구가 '스타탄생'이란 호재 속에서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
U-17 여자대표팀의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26일 막을 내린 2010 트리니다드 토바고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대회 8골로 한국대표팀의 사상 첫 FIFA주관대회 우승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득점왕(골든부트)와 대회MVP(골든볼)을 석권하며 '3관왕'에 올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에 앞서 8월에 열린 2010 독일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지소연(19·한양여대) 역시 대회 8골을 기록하며 실버부트(득점 2위)와 실버볼을 수상하며 여자 축구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었다. U-20 여자대표팀은 지소연의 활약 속에 월드컵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던바 있다.
지소연과 여민지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면, 이들보다 파급력은 적었지만 WK-리그의 전가을(22·수원FMC)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스타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전가을은 지난달 30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대교눈높이 2010 W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서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제철을 맞아 혼자 2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수원FMC는 1차전 0-1 패배로 상대전적 1승 1패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며 올 시즌 WK-리그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전가을은 챔피언전 MVP에 선정됐다. 특히 그녀가 소속팀 수원FMC는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기에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전가을의 결승전 활약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하나같이 "우연히 중계를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 "후배들 활약에 자극받은 듯 맹활약했다", "첫 번째 골은 호날두인 줄 알았다"라며 주목했다.
사실 전가을은 지소연-여민지보다 먼저 주목받았던 여자축구의 골잡이다. 2007년 여자 국가대표에 발탁된 전가을은 25경기에서 12골을 뽑아냈다. 2008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4골을 쏟아내며 14-0 대승을 견인했고, 지난해 세르비아에서 열린 2009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12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컵을 안겼던 장본인이다.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큰 업적을 거두며 '반짝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는 여럿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주목을 끌만 한 스타 선수의 부재나 지속적으로 경기를 접할 기회가 제한되면서 그 인기를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었다.
그러나 여자축구는 지금의 관심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 무엇보다 지소연-여민지-전가을 등 잇달아 각광받는 스타가 등장한 것이 고무적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스타의 존재는 프로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흥행요소다.
K-리그도 90년대 말 이동국(전북 현대), 안정환(다렌 스더), 고종수(은퇴) 등 외모와 실력,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의 등장으로 더 많은 팬을 그러모았듯이, 심서연(수원FMC), 문소리(울산과학대), 이유나(강일여고) 등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축구 스타들 역시 여자 축구 인기에 한 몫 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여자월드컵의 선전에 이어 성인대표팀이 피스퀸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스타 선수들이 주목받으면서 그동안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 여자프로리그가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WK-리그를 비롯한 여자 축구 전반의 인지도와 인기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자축구는 그동안 편견과 무관심, 열악한 환경이란 삼중고에 시달리며 비인기 종목 중 하나로 홀대받았다. 그러나 청소년여자월드컵을 계기로 대중의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남자축구에서 볼 수 없는 여자축구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프로리그 신생팀 창단은 고사하고 기존 학원축구팀마저 사라지고 있던 현실도 서서히 개선의 여지가 보이고 있다. 기존 1억 원에 불과했던 타이틀 스폰서 금액도 내년에는 5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고, 차기 스폰서 기업은 7번째 WK-리그 구단 창단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도 U-17 대표팀의 선전에 향후 여자축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고, 울산과 충북 역시 지자체와 교육청 차원에서 여자축구팀 창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차후 여자축구월드컵 유치에 대한 여론 형성 역시 여자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치르면서 대형 경기장 등 국제대회를 유치하기에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향후 여자월드컵 유치 노력을 통해 여자 축구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자축구는 음지에 있던 그들 스스로의 힘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그 잠재력을 꽃피움으로써 대중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아직은 모든 것이 걸음마 단계인 여자축구지만 아이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나듯이, 여자축구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자축구에 대한 사랑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여자축구를 보는 것이 축구팬의 '의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여자축구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즐길 '권리'를 잃어 버리고 살아온 건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잊은 채 지내왔다.
'태극소녀'들은 지난 두 달간 우리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다. 그리고 이제 많은 여자 선수들에게 축구하는 즐거움을 돌려주고, 여자 축구를 보는 즐거움을 되찾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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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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