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01 01:41 / 기사수정 2010.10.01 01:42
[엑스포츠뉴스=김혜미의 연예시대] 며칠 전에 흥미있는 기사가 났다.
한 신문 광고에 실린 '참교육 어머니회'라는 단체에서 동성애 반대 광고를 냈다는 소식이다. 광고 상단엔 현재 드라마에 출연중인 해당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실어 놓고, 드라마를 보고 게이가 된 내 아들이 에이즈에 걸리면 SBS가 책임질 거냐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인생은 아름다워'를 본 어느 한 가정의 아들이나 혹은 딸이 외부에 커밍아웃을 했다는 것, 가족에게 자신이 소수자라는 것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 아들이나 딸이 지금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원래 '정상' 이었다가 드라마를 보고 '비정상'이라는 게이가 되어 가족에게 내가 소수자라는 것을 밝히고 그 아들이나 딸은 곧 에이즈에 걸리게 된다는 뜻이다.
게이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정상'이었던 사람들이 '비정상'이라는 게이가 된다는 논리의 이 이야기가 난 기사가 뜬 날부터 인터넷 세상은 이에 대한 패러디로 넘쳐나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를 본 사람들은 모두 제빵왕이 되고, '장난스런 키스'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장난스럽게 키스하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본 사람들은 모두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된다는 얘기다.
'성균관 스캔들'을 봤으니 성균관대를 갈 수 있느냐, '대장금'을 봤으니 난 이제 요리왕이다, 로맨스 드라마 백번 봐도 남자친구 여자친구 안 생기던데, 법조계 드라마 보면 너도나도 변호사 되고 판사 된다는 얘기들이 가득하다. 묘한 일이다.
드라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해서 바뀌는 게 아닌 자신 스스로 갖고 태어난 거라고 골백번 얘기해도 이들의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해버리는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물론, 가치관이 바뀌거나 포용까진 아니더라도 소수자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생겨났다. 하지만, 지금 저 광고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소수자들도 평범하다는 그 소리가 닿질 않는다.
게이가 되면 당연히 에이즈에 걸린다는 얘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에이즈는 자신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불문하지 않는다. 감기 같은 질병이 어디 동성애자 이성애자 가려서 걸리는 병이던가. 그럼 이성애자들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게이가 되면 에이즈에 당연히 걸린다는 이야기는 단지 소수자들을 반대하는 이유들 중의 근거 없는 말인 것뿐이다. 조금만 알아봐도 알 수 있는 허무한 허상이다.
한가지 짚고 싶은 건, 저 광고를 낸 사람들의 아들들은, 딸들은 저 광고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 까란 점이다.
내 가족이 내 존재를 부정하고, 드라마에 나온 경수모처럼 넌 괴물이다, 더럽다, 징그럽고 불결하다며 내치고 저 광고를 냈을 때 그 어머니의 자식은 어떤 기분이었을 까란 점이다.
태섭이처럼 혼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있다가 드라마에 나와 같은 사람이 나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죽어달라면 죽어드리겠다고, 그러나 이게 나라며 대성통곡을 하던 그 모습을 보며, 또 그 자식의 엄마와 아빠가 엄동설한에 애 발가벗겨 놔둘 수 없다고 그래도 넌 우리 아들이라며, 껴안아주는 그 장면을 보면서.
수없이 혼자 고민했을 그 아이들은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천 수만 번 고민하고 혹시 우리 부모님도 저 드라마에 나온 부모님처럼 날 알아주지 않을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도 최소한, 나 이런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 없다는 자신의 말을 혹시나, 들어주진 않을까 했던 그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을 가족에게 내보였고, 저 광고가 나왔다. 아마 그 아이들은 드라마에 나온 경수처럼 가족에게 끝없이 상처입고 후벼파 지면서, 또는 용기를 낸 자신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한없이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쏟아진 저 글의 패러디 중 눈길 가는 것들이 많다. 그 중, '그럼 이성애자 드라마를 보여주면 다시 이성애자가 되겠네'라는 글귀다. 맞는 얘기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게이가 된 사람들의 부모들은 다시 이성애자가 나오는 드라마를 자식에게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럼 다시 그들이 얘기하는 '정상'이라는 이성애자로 돌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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