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김정빈이 데뷔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최악투를 펼친 바로 이튿날의 성과는 그 의미가 더 컸다.
지난 10일 대전 한화전, 2-3으로 한 점 차로 뒤진 7회말 SK는 필승조 김정빈을 투입했다. 하지만 김정빈은 1사 3루에서 오선진과 하주석, 김태균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실점했다. 이후 최진행을 삼진 처리했으나 정은원에게 다시 볼넷을 내줘 한 점을 더 잃었고 이어 나온 이태양까지 밀어내기를 허용해 김정빈의 실점도 불어났다. 자책점은 없었으나 김정빈의 시즌 최악의 투구였음은 분명했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던진 공만 36개였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정빈이를 믿고 올린 것이다. 해결해도 정빈이가, 맞아도 정빈이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기다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본인은 하려고 하는데 몸이 안 되는 날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도 겪어야 할 과정이다. 정빈이가 잘해주고 있지만, 그런 과정 없이는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짚었다.
평소 SK의 매뉴얼대로라면 김정빈은 11일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를 한 김정빈의 독기는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김정빈은 "별로 탓할 게 없다. 그냥 내가 못 던졌고, 그렇게 던지고 잠을 못 잤다. 아침 아홉 시에야 잠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전투력이 올라와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경완 감독대행도 김정빈과의 면담을 통해 '던져보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했다.
만회할 기회는 곧바로, 완벽하게 찾아왔다. 김정빈은 팀이 5-3으로 앞선 9회말 세이브 상황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는 잠 못 이루며 '다음에 나가면 침착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감을 갖고 던지자' 되뇌었고, 마무리 등판을 앞두고 이 마음을 되새긴 뒤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팀의 승리와 자신의 데뷔 첫 세이브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김정빈은 "나올 때마다 내가 한 이닝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던지는데, 요즘은 한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뒤에 나오는 투수들, 어제는 야수들에게도 미안했다"면서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언제부터 야구를 잘했나', '난 지금부터 하는 선수다' 그 마음을 가지고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밸런스를 잘 찾아가면서 열심히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무리에 대한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있어요. 재미있는데요, 생각보다"라며 웃었다. 실수와 아쉬움은 승부욕을 일으켰고, 이 승부욕으로 일궈낸 결과는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는 이 일련의 과정을 '성장'이라 부른다. 이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김정빈은 시즌을 치르며 한결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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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