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04 06:40 / 기사수정 2007.11.04 06:4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마 배구만큼 국제대회를 자주 볼 수 있는 종목도 드물 것 같습니다. 비록 한국여자 대표팀은 2006~2007 V리그가 끝나고 매년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는 불참했지만 11월 2일부터 일본에서 개막된 2007 FIVB 월드컵에는 태국과 함께 아시아대표로 출전했습니다.
사실 이 대회에 참가여부를 두고 남녀 팀 모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적으로 월드컵 남자팀의 경기가 모두 막을 내리는 12월초에 국내에선 2007~2008 V리그가 시작됩니다. 가지나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다져야할 각 프로팀은 선수들의 대표팀으로 추출되는 부분이 상당히 민감하게 여겨졌을 겁니다. 때문에 남자팀 같은 경우는 주전 세터로 뛴 권영민(천안 현대캐피탈)이 이번 월드컵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그리고 대학선수가 많이 포진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죠.
여자대표팀도 지난 9월 13일에 막을 내린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했던 멤버와는 조금 변화를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다시 포진한 점이 그것이고,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들이 복귀한 것도 눈여겨 볼 사항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현재 월드컵에 참가한 멤버도 내년 5월에 있을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갈 정예멤버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한 멤버들과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멤버들의 종합적인 평가가 뒤따라야겠지요. 또한 이번 2007~2008 V리그에서 어떤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아마도 최종 정예멤버들이 결정되어 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너무나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이제 내년 5월이면 올림픽에 진출할 좁은문의 티켓을 놓고 사활이 걸린 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다른 종목은 몰라도 배구의 경우는 아직까지 올림픽이 가장 큰 무대이고 모든 국가들이 참가하려고 목표점을 삼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또한, 세계적인 배구의 흐름을 놓고 볼 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배구열기와 또한 선수들의 기량향상은 크나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남녀대표팀은 반드시 올림픽에 출전해야만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할 이번 월드컵 대회는 결코 출전의 명분이 작은 대회는 아닙니다.
서브와 서브리시브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여자대표팀이 가진 문제점들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부분을 조목조목 따져본다면 한정된 지면으로는 부족할겁니다. 그러나 가장 필수적이고 단순하게 지적하자면 우선적으로 서브와 리시브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큽니다.
한국여자배구가 오랜 기간동안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직도 공수에 걸쳐 기본기가 잘 돼있는 선수들은 분명 존재하며 여러 가지 불리한 약점을 가지고도 국제대회에서 그나마 선전하며 유지될 수 있던 부분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이러한 생각이 태만심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 여자대표팀의 감독인 이정철 감독은 리베로제도가 쓰이면서 동양권 국가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자배구가 아시아권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초, 중반만 해도 한국팀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탄탄한 리시브와 끈질긴 수비였습니다. 이러한 강점이 조직력으로 만들어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격력과 높이에 강점을 둔 유럽과 북미, 남미권의 국가들도 특정 선수가 수비를 책임질 수 있는 리베로제도가 생기면서 수비전력에 향상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이러한 제도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 선수들에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궁극적으로 한국팀에게 치명적인 부분으로 다가온 것은 따로 있었지요.
세계적으로 배구의 기량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위력을 보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서브입니다. 이전부터 서브 개발의 중요성을 열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한국배구가 국제배구에 있어서 가장 늦게 따라간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서브의 강도로 상대편을 흔들어 놓는 공격적인 부분보다 오히려 수비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강한 서브에 대한 대책은 다른 게 없습니다. 그런 서브를 얼마나 많이 접해보고 받아보느냐에 따르게 되지요.
그러나 국내무대에서 고만고만한 서브에 익숙했던 리베로와 기타 선수들은 차원이 틀린 국제무대의 강 서브에 맥을 못 추고 맙니다. 그나마 서브에 대한 발전이 여자부에 비해 조금은 나았던 남자팀은 2006년도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을 거치면서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반면, 여자부의 경우는 아직도 여기에서 확실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설사, 발전이 있다하더라도 미세한 부분에서 발전한 것이지 세트를 가져오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안전한 리시브를 올려야 될 능력은 아직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거기에 비해 같은 아시아권인 태국인 놀라운 서브를 구사하는 팀으로 발전했습니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부터 받아내기 힘든 변화구 서브까지 갖춘 태국은 마침내 한국을 추월하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한국 여자대표팀이 전력차가 비슷하거나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들에게 결정적인 순간에서 무너지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번 흔들린 리시브를 극복할 위기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높이를 이용한 강한 공격력과 전위에서 어정쩡하게 띄운 볼을 화끈하게 해결해낼 후위공격을 한국팀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리시브가 돼야만 약속됐던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스코어를 낼 공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팀의 스타일에 가장 중요한 뿌리를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 크나큰 약점입니다. 또한 선수들의 집중력과 노련한 플레이의 결여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남녀배구에서 문제시 되는 생각하는 배구의 부재이기도 하죠.
리시브의 부재를 극복하려면 계속 날아오는 서브에 대응하는 문제도 그렇지만 잘못된 리시브를 처리하는 순간적인 대응도 필요합니다. 서구와 남미의 강팀들은 그들이 가진 높이와 강한 공격력으로 그것을 해결합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한국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일본여자대표팀은 어떨까요? 그들의 리시브와 수비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바로 90년대 우리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그 수비력은 고스란히 업그레이드되어 한국팀이 아닌 일본팀에게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팀 구성을 보면 특정 공격수만 빼놓고 전부다 수비력이 뛰어납니다. 특히 기존 리베로 외에 일본 전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윙스파이커 다카하시 미유키는 리베로급입니다. 거기에 바운드된 블로킹 볼을 기가 막히게 잘 살리고 디그의 명수이기도한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도 단순히 토스만 잘하는 세터가 아니라 수비 비중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리베로 외에 다양한 선수들이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니 리시브와 수비에서 구멍이 드러날 틈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한 선수가 미진한 부분을 보여주면 다른 선수가 대처해주고 하니 실로 탄탄한 수비진을 갖춘 셈이지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 한국팀은 리베로마저도 리시브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기틀을 잡은 일본팀의 멤버에 비해 한국의 수비진은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대표팀의 조직력 부재로도 이어지는 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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