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FNC엔터테인먼트는 에이오에이(AOA) 지민 탈퇴 소식을 전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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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재 소속 가수 지민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민은 이 시간 이후로 AOA를 탈퇴하고 일체의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사 역시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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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AOA 멤버인 민아의 폭로로 시작된 지민 관련 이슈는 결국 탈퇴라는 엔딩을 보게 만들었다.
※관련기사 : 절반 남은 AOA, '권민아 폭로→지민 탈퇴' 후폭풍ing…예견된 파국 [종합]
다소 뜬금없이 시작해 엄청난 불길로 번진 이번 이슈를 보면서 기자는 작년 ‘퀸덤’ 때 생각이 많이 났다.
<20190826 '퀸덤' 제작발표회 IN 일산 빛마루방송지원센터>
작년인 2019년 여름, 걸그룹계는 엠넷 ‘퀸덤’ 소식으로 들썩였다. 기자는 작년 8월 26일 ‘퀸덤’ 제작발표회에 참여했고, 그때 MC들과 참가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제작발표회를 진행했을 때가 시기상 ‘퀸덤’ 2차 경연인 커버곡 대결을 촬영할 때였다. 그리고 이 경연에서 AOA는 ‘너나해’ 무대를 선보였고, 지민은 이 무대에서 “나는 져버린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가사로 큰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나무언니, 트리언니라는 별명도 생겼다.
이 “I’m the tree”라는 가사는 당시 AOA의 위치와 열망을 아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가사였다.
‘퀸덤’에 ‘팀’으로 참가한 걸그룹 중에선 가장 선배였던 그들. 인지도 높은 정상급 걸그룹이지만, 2019년 ‘퀸덤’ 촬영 시점에 가장 핫한 걸그룹은 아니었다.
핵심전력이었던 초아가 탈퇴하고, 연기담당 겸 예능담당이었던 민아가 빠진 이후 5인조가 된 AOA. 특히 메인보컬인 초아의 부재는 ‘AOA가 퀸덤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초아가 노래를 제일 잘하기도 했지만 표정연기, 컨셉소화력 등 무대의 퀄리티를 올리는 여러 요소에서 꽤 중추적인 멤버였기에.
그리고 이 ‘의구심’을 AOA 본인들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던진 “I’m the tree”는 그들이 잠깐 지고 마는 유행가 같은 그룹이 아닌 ‘스테디셀러’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퀸덤’이 끝난 이후 AOA는 이 방송의 수혜자로 평가 받았고, 새로운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됐다. 당장 지민 본인은 최근에 유튜브도 시작했었고.
'너나해' 녹화 이후 약 1년. 새로운 시작을 할 것만 같았던 AOA는 제 2의 전성기는커녕 존립 자체도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지민은 AOA에서 리더이고, 메인래퍼이며 재능 담당이었다. 그리고 그는 AOA 전성기 시절 인지도 3강(설현-지민-초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폭풍 같은 비판을 받으며 탈퇴했고, 팀에는 3강 중 설현 혼자 남게 됐다. 남은 AOA 멤버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멤버 괴롭힘’이라는 이슈로 인해 리더였던 멤버가 떠난 이상 팀 AOA의 이미지가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왜’ 그렇게나 그가 일그러졌던 것인지는 이제 알기도 어렵고 물어보기도 어렵다. 지민 본인은 어쨌거나 연예계 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니 지금은 일반인 신분이고, 폭로자인 민아는 여러모로 당장의 진실 추구보다는 심적-육체적 회복이 필요한 상태. 폭로전에 잠시 참전했었던 전 멤버 유경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이 이야기에 신중해질 것을 선언했다.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한들, 별다른 계기가 없는 한 당사자들이 또 다시 이 문제를 꺼내는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이 수사의 대상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결국 ‘나무’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일그러진 궁극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무가 잘못 큰 것은 기본적으로 그가 뿌리 내리고 있는 토양의 책임이다.
풍파는 때론 나무를 강하게도 만들지만, 좋지 않은 토양은 절대 좋은 나무를 만들 수 없다. 외부의 시련은 때로는 집단의 단결을 만들 때도 있지만, 내부의 파열음은 반드시 와해를 만든다.
91년생인 지민은 2세대 초반에 데뷔했다면 막내 포지션이었을 아이돌. 데뷔 년도인 2012년에는 22살이었다. AOA 전성기인 2014년~2015년에도 20대 중반 정도의 어린 아이돌이었다.
아무리 팀 내에서 연장자이고 실력자였다고 한들 회사 차원에서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던 나이.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면 이번 사태를 통해 불거진 이슈 중 몇 가지는 못 막았을 리가 없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소속 아티스트 탈퇴 이슈 등 때문에 인사관리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던 FNC. 최근 일주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신뢰도가 더욱 추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자가 이번 이슈를 바라보면서 드는 감정은 분노보단 씁쓸함과 아쉬움에 가깝다. 먼 추억인 AOA 전성기도, 가까운 추억인 ‘퀸덤’ 무대도 이제는 즐겁게 회상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 이슈가 터지고 나서 재조명된 멤버들의 각종 인터뷰(정산 문제 등등)를 보면 전성기라고 불렸던 시기에조차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거 같아 씁쓸함이 더욱 배가된다.
만개했을 때조차 행복하지 않았기에 내부적으로 곪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민 본인이 일그러진 권력자였던 것인지.
이번 이슈를 보면서 인사가 곧 만사라는 것을, ‘아름다운 연착륙’이란게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엠넷 ‘퀸덤’-엠넷 유튜브 채널-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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