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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대패'로 시작한 女 축구, 20년 만에 우뚝 선 세계 정상

기사입력 2010.09.26 15:02 / 기사수정 2010.09.26 15:02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그야말로 2010년 한국 축구의 핫키워드로 떠오른 여자 축구다.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 대표팀이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데 이어 17세 이하(U-17) 팀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인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불과 20년밖에 안 된 짧은 역사 속에 이뤄낸 위대한 쾌거였다.

한국 여자 축구의 역사는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9월에 첫 선을 보인 여자 축구 대표팀 구성원 가운데 대부분 다른 종목에서 뛰다 축구로 전향한 선수들이었다. 그렇다보니 손발이 맞기는커녕 아시아 내에서도 현격한 기량차를 보이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첫 경기를 벌인 여자 축구팀은 결국 일본에 1-13으로 대패하면서 쓰라린 데뷔전을 치러야만 했다. 이어 열린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중국, 북한, 대만, 일본에 1골만 넣고 무려 30골을 내주면서 험난한 출발을 이어갔다. 

여자 축구가 어느 정도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다. 당시 이지은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워 주목받은 여자 축구는 그해 국내에서 열린 토토컵에서 일본과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첫번째 전성기를 알렸다. 기세를 이어 2003년에 열린 제2회 여자 월드컵 본선에도 처음으로 출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자 축구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이 축구를 전문적으로 한 선수들이 아니었던 것이 문제였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당장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자 여자 축구계는 물론 한국 축구 전반적으로 여자 축구의 질적인 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축구연맹이 창설된 뒤, 연맹 뿐 아니라 축구협회 차원에서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하는 유망한 선수들이 키워지기 시작했고, 실업팀도 서서히 증가하면서 WK-리그도 창설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크게 성장한 것은 아니어도 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의 지원 속에 꾸준하게 가능성을 보여준 여자 축구는 2008년부터 다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U-17 대회에서 8강에 오른 한국은 2010년, U-20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3위를 차지한 뒤 곧이어 열린 U-17 대회에서 세계 정상 정복에 성공하며 사상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U-17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여민지(함안 대산고)는 우승, 득점왕과 더불어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U-20 대회에서는 지소연(한양여대)이 실버볼을 수상해 한국 여자 축구의 힘을 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결승전 상대가 일본이었던 것이 눈길을 끈다. 여자 축구 공식 국제 대회 첫 경기에서 1-13으로 대패했던 한국은 20년 만에 어린 선수들이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일본을 따돌리며 그토록 바랐던 세계 축구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 (C)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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