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0:33
게임

[엑츠기자단] 승부조작파문 과연 게이머만의 잘못인가

기사입력 2010.09.02 07:05 / 기사수정 2010.09.02 07:06

엑츠기자단 기자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최승호] 오늘은 승부조작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난 5월 소문으로 떠돌던 '승부조작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었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니기를 바랐지만, 사건내막을 보고 난 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당시 일방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팬들은 일방적인 비난, 욕설을 퍼부었다. 항상 그들이 잘되길 바라고 아꼈던 마음만큼 배신감도 컸을 거라 생각한다.

승부조작을 한 선수들은 분명히 잘못했다. 아니 죄를 저질렀다. 그들의 잘못을 감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승부조작을 저지른 선수들, 승부조작의 파문은 과연 그 게이머만의 잘못이란 말인가? 안정된 미래가 있고, 넉넉한 연봉을 주는데도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대부분의 게이머는 연습생의 신분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커리지매치를 통과해서 게이머가 된다고 해도 그들 또한 2군으로 시작한다. 2군 선수들의 연습시간은 통상 13시간의 연습을 한다. 거의 반나절을 게임을 하는 셈이다. 하루 13시간 게임을 하고 급여는 50만 원을 받는다. 50만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저임금기준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언제 1군으로 올라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이제 갓 17-·18살이 된 게이머에게 학창시절의 추억과는 담을 쌓고 컴컴한 연습실에서 게임만을 잡고 늘어지며 경쟁을 배운다. 이 어린아이들에게 내가 살아남기 위해, 너를 이겨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가르친다.

설사 운 좋게 1군이 된다고 해서 고민 끝이냐 그건 아니다. 2군 선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이미 TV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과 또다시 경쟁을 해야 한다. 1군 선수들의 연습시간은 10-11시간 정도이지만 이제 막 1군이 된 선수들은 알아서 연습을 더하게 된다.

2군이건 1군이건 모든 시간은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몇몇 게임단들은 사이버대학교에 다니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선수는 없다. 동영상강의를 재생만 해놓고 게임을 한다.

예전에 어떤 게이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그만두면 앞으로 뭘 해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이 직업이 경력을 인정받는 직업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부터 몇 년째 공부를 하지 않은 지금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도 겁나고···"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그렇다. 게이머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게임을 하게 되어 세상의 물정이라던지,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하다. 또한, 게임 외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기초적인 학력이 매우 떨어진다. 실제로 한 게이머는 간호사를 영어로 대답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다.

협회에서 1년에 2차례 시행하는 소양교육으로는 부족하다. 게이머들의 현실에 동떨어진 스포츠강사나 불러놓고서 게임이 직업인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1군이 된다고 해도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고 승리를 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허울뿐인 1군이다. 청춘과 열정을 바친 시간에는 턱없이 모자란 연봉만이 그들을 맞이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합리한 대우, 그 속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이런 상황에서 기껏해야 20대 초반인 어린 이들에게 인성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를 지면 500만 원을 준다는 제안은 힘든 이들에게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 아닐까.

승부조작을 저지른 선수들은 법정에 섰고 죄의 대가를 받았다. 이 중에서 죄질이 나쁜 2명의 게이머는 징역이라는 다소 무거운 형벌을 선고받았다. 한 명은 마지막 진술 앞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어린 나이에 내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이 큰 잘못인지 몰랐다고. 몇 년을 고생해서 게이머가 되었지만, 빛을 본 건 잠깐일 뿐 항상 뒤처져 있었고 그래서 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어린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만 했던 프로게이머들에게, 부당한 대우만 하면서 그들의 미래에 대해 제시는 하지 않은 채, 더는 갈 곳이 없는 그들이 저지른 승부조작은 과연 그들만의 잘못일까.

* 엑츠기자단이란, 엑스포츠뉴스의 시민기자를 의미하며, 엑츠기자단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기자사관학교 엑츠기자단 가입하기  
 



엑츠기자단 최승호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