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17 08:45 / 기사수정 2010.09.13 17:40
[엑스포츠뉴스=한문식 기자] 징크스(Jinx). 불길한 일이나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는 말인데, 사람이 하는 축구에도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징크스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골대를 맞추면 패배한다는 '골대 징크스'가 여러 팀을 괴롭혔었다. 그리고 특정구단을 오랫동안 이기지 못하면 그 구단을 상대할 때마다 '상대 구단명+징크스'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축구판 징크스'들은 세계의 어느 나라를 뒤져도 한 개 이상은 가지고 있고, 비단 축구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의 스포츠에 눈을 돌려도 찾아볼 수 있다.
특정대회에서도 이러한 징크스를 찾아볼 수 있는데, FA컵에서 오래 묵은 준우승팀과 관련된 징크스다.
▶ 준우승의 한(恨)
우선 징크스는 연속적이어야 한다. 단발적이거나 우연적이면 징크스라고 불리기 어렵다. FA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을 잡은 팀은 무려 83.3%의 높은 결승진출 확률을 보여줬던 것은, 연속적이지 못해 징크스로 굳지 못했다.
지금 소개할 징크스는 바로 '전대회 준우승의 저주'라고 불릴만한 무시무시한 징크스다. 똑같이 결승진출을 해놓고도, 승리의 영광은 단 한팀에게로 돌아간다. 결승전 한 경기로 우승과 준우승, 승자와 패자의 명함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다음날 '영광의 우승' 혹은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기사 제목으로도 희비가 엇갈리니 승자가 결국엔 모든 것을 차지한다.
어렵게, 아쉽게, 이변 등으로 준우승을 차지해도 결국은 작은 위로만이 그들을 반길 뿐이다. 한국의 FA컵은 그런 준우승팀을 위로라도 하듯 '준우승 징크스'를 만들어냈다. 바로 전 대회 준우승팀을 잡은 팀은 절대 우승하지 못한다는 저주 같은 징크스다.
▶ 준우승 징크스의 역사
해당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팀은 당연히 다음 대회에서 우승으로 맺힌 한(恨)을 풀어내려 한다. 그렇지만, 프로세계는 그 팀의 아픔까지 신경 써야할 어떤 이유가 없다. 그저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할 뿐이다.
오래된 징크스만큼 이 징크스는 97년부터 시작됐다. 초대대회(96년) 준우승을 차지한 수원을 꺾은 안양(現 서울)이 4강에서 탈락하며 시작됐는데, 본격적으로 징크스가 시작된 것은 98년 대회부터다.
97년 준우승팀 천안(現 성남)을 꺾은 울산은 98년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99년에는 전북이 울산을 잡더니 똑같이 준우승의 쓴맛을 맛보았다.
2000년 대회에서는 성남이 99년 준우승팀 전북과 결승에서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성남이 전북을 이겼다면 이 징크스는 사라졌을 것이다.
2001년에는 울산이 성남을 꺾으며 이 징크스의 희생양이 되었고, 2003년에는 2년 연속 준우승의 한이 서린 포항을 꺾은 전남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항과 전남은 우승과 준우승으로 얽히고설킨 기록들이 많다.
2004년에는 대전이, 2005년에는 인천 코레일(내셔널리그)이 준우승 징크스에 희생됐고, 2006년부터 작년까지 호남대, 서울, 대구 등이 8강에서 모두 행군을 멈췄다.
▶ 이번에는 깨지나?
이 기분 나쁜 징크스가 이번 15번째 대회에서는 깨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떤 징크스건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 있다. 이 징크스가 못 깰 징크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2회 대회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온 전통적인 징크스라는 것이다.
이 징크스가 깨지려면 작년 준우승팀을 꺾은 팀이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면 된다.
작년에 FA컵 준우승을 차지한 성남은 8강에서 제주와 맞붙는다. 성남은 작년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올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2007년 포항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다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듯 성남 역시 그러길 원하고 있다.
성남에 걸려 있는 이번 징크스는 성남이 생존한다면 8강과 4강, 그리고 결승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제주가 성남을 꺾게 된다면 4강과 결승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를 모은다.
[사진=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는 성남과 부산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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