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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프라이드, 10대 이변!(3)

기사입력 2007.01.29 21:42 / 기사수정 2007.01.29 21:42

김종수 기자

노게이라, 이시다, 곤도, 히조의 패배



■ 로만 젠소프 - 페드로 히조 (프라이드 31)

UFC 최고의 타격가중 한명으로 군림했던 '옥타곤의 스트라이커' 페드로 히조(33 브라질)가 경기시작 25초만에 무너졌다. 

질풍 같은 펀치연타와 쇠망치 같은 로우킥을 무기로 버논 화이트, 데이비드 에봇, 코사카 쯔요시, 죠쉬 바넷, 안드레이 알롭스키 등 쟁쟁한 강호들을 모두 넉다운 시켜버렸던 히조는 화끈한 스타일만큼이나 큰 인기를 모은 파이터였다.

비록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제대로 힘도 못써보고 TKO패를 당했지만 링이라는 다소 생소한 무대에 적응만 한다면 얼마든지 특유의 포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황제의 호위무사'로 세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로만 젠소프(34 러시아)는 레드데빌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승과 연패를 반복했었고 승률도 채 60%를 넘지 못한 선수였다.

또한 복싱을 하기는 했지만 삼보라는 또 다른 베이스를 가지고있어 순수한 타격능력만 놓고보면 히조한테 무게가 기우는 것이 사실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결과는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땡! 공이 울리고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은 페드로 히조였다. 히조는 젠소프의 왼다리 허벅지를 노리고 자신의 전매특허인 로우 킥을 휘둘렀다. 그러나 로만 젠소프는 이 순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로우 킥을 허용한 다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레프트 카운터 훅을 뻗었고 페드로 히조는 그대로 실신 KO 당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전율의 한방이었다.

■ 필 바로니 - 곤도 유키(무사도 10)

'부동심(不動心)' 곤도 유키(32 일본)가 '해머하우스의 터프가이' 필 바로니(31 미국)의 한방에 자존심을 구겨버렸다. 

남제 2005에서 나카무라 카즈히로에게 패한 곤도 유키, 무사도9에서 미노와 이쿠히사에게 리벤지를 허용해 자존심을 잔뜩 구겨버린 필 바로니, 두 선수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입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였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70전에 육박하는 경기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 곤도 유키의 근소한 우세를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2라운드까지는 승부가 이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과 달리 경기는 순식간에 판가름났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두 선수는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며 대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파워 면에서 앞선 쪽은 단연 근육질의 필 바로니였다. 힘에서 밀린 곤도가 주춤하며 물러선 사이 바로니의 강력한 라이트 훅이 안면에 그대로 적중되었다.

큰 충격을 받은 곤도는 버티지 못하고 스르르  캔버스에 무너져 내렸고 경기 시간은 25초에서 멈춰버렸다.

■ 고미 다카노리 - 이시다 미츠히로(남제 2006)

현 라이트급 최강자 '불꽃구슬소년' 고미 다카노리(29 일본)가 '압박의 천재' 이시다 미츠히로(29 일본)를 상대로 폭발적인 펀치연타를 선보이며 1분 14초만에 손쉬운 TKO승을 거두었다.

'유술신동' 아오키 신야와 더불어 라이트급 최강의 그래플러로 꼽히는 이시다는 강펀치의 소유자인 고미를 괴롭힐 가장 큰 난적으로 꼽히고 있었다. 

마커스 아우렐리오 전에서 그라운드 파이팅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던 고미인지라 가공할 태클능력을 자랑하는 이시다는 스타일면에서 상극중의 상극으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미가 승리를 거둔다 하더라도 미들급의 실바와 아로나전처럼 경기시간 내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미의 '불꽃구슬'은 거칠게 타오르며 삽시간에 경기장을 활활 불태워버렸다.

잠시의 탐색전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하이킥 등을 시도하며 이시다가 특유의 공격적인 파이팅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고 침착하게 눈빛을 번뜩이던 고미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번갯불처럼 번뜩였다. 

안면을 강타 당한 이시다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가떨어졌고 기회를 포착한 고미는 무차별적인 파운딩을 잇달아 적중시켰다. 결국 경기는 종료됐고 고미의 승리가 선언됐다.

■ 조쉬 바넷 -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라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라운드 4강 전에서 '푸른 눈의 낭인' 조쉬 바넷(30 미국)이 근래에 보기 힘든 수준 높은 그라운드 공방전 끝에 '노안의 독거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1 브라질)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 초반 노게이라는 복서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정확하고 빠른 펀치를 연달아 적중시켰고, 바넷은 이에 맞서 체중이 실린 묵직한 펀치로 맞서나갔다. 

퍽! 자신의 펀치에 노게이라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바넷은 질풍같이 달려들어 초크까지 연결시키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지만 노게이라는 역시 '그라운드의 마법사'답게 힘겹게 초크에서 벗어난 후 되려 자세를 그라운드로 전환한 뒤 탑포지션에서 파운딩 펀치로 다시 바넷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바넷의 오른팔을 잡고 전매특허인 암바를 시도해 단숨에 역전을 눈앞에 두게되었다. 하지만 저력의 바넷도 만만치 않았다.

왼팔로 노게이라의 오른팔을 잡고 버티면서 암바 시도를 막아냈고 되려 자세를 역전시킨 가운데 1라운드를 마무리지었다.
수준 높은 최정상급 그래플러들의 대결에 경기장은 박수갈채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공방전은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노게이라가 가드 포지션에서 계속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바넷은 위에서 안면을 숙인 채 틈틈이 위력적인 파운딩 펀치를 날렸다. 

2라운드 종료를 1분여 남기고 두 선수의 공방전은 더욱 심해졌다. 각자 자신 있는 기술을 걸고 빠져나가는 솜씨는 그야말로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넷은 막판 노게이라의 다리를 잡고 니바를 시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잡았지만 2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는 바람에 아쉽게 공격을 멈춰야 했다. 노게이라로서는 자칫하면 서브미션으로 패하는 최악의 굴욕적인 모습이 연출될 뻔한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판정 결과 노게이라와 바넷의 이름이 한번씩 불린 가운데 마지막 순간 바넷의 손이 올라가면서 세기의 그라운드 공방전은 막을 내렸다. 

프라이드 무대에서 효도르 외에 노게이라에게 승리를 거둔 첫 선수로 이름을 올린 바넷은 이 경기 이후 인기와 지명도에서 엄청난 상승폭을 기록하게 되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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