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1.26 15:21 / 기사수정 2007.01.26 15:21
[엑스포츠뉴스= 고동현 기자]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제도가 기존의 1차, 2차 지명 방식에서 전면 드래프트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들은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회의를 갖고 완전한 도시연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도시연고제와 깊이 연관된 신인 드래프트 제도도 기존의 제도에서 전면 드래프트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31일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이를 실시하게 된다.
누구를 위한 전면 드래프트인가
현재도 프로야구는 도시 연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에서는 각 구단의 광역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완전한 도시 연고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무위로 끝나기는 했지만 농협중앙회의 현대 인수 시도를 계기로 전면 드래프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실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프로야구계에서는 전면 드래프트의 실시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했지만 각 구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연고지에 우수 자원이 풍부한 구단들은 현재와 같은 드래프트 제도를 주장하는 반면 연고자원이 빈약한 구단들은 전면 드래프트를 주장해왔다.
그동안은 연고자원이 풍부한 서울팀인 두산과 LG가 전면 드래프트에 반대해 왔지만 현대 인수사태를 계기로 서울에 3팀이 올 가능성이 있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되지 않은 이유도 각 구단의 이해관계 때문이었지만 전면 드래프트 실시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 역시 구단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구단들도 구단들이지만 KBO 역시 전면 드래프트를 원하는 단체 중 하나다. 현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고지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가장 쉬운 해결책이 완전한 도시 연고제로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인천을 떠난 이후 서울에 입성하지 못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자신의 연고지를 서울이라고, 그렇다고 임시 거처지였던 수원이라고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면 드래프트 실시는 현대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1992년 이후 1명씩만 지명하던 1차지명을 올시즌 신인부터는 2명, 2008시즌 신인부터는 3명씩 뽑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전면 드래프트 제도가 통과될 경우 이같은 합의는 없었던 일이 된다.
전면 드래프트, 왜 하필 지금인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면 드래프트는 모두가 공감하는 제도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다른 종목들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되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되면 우선 성적 역순으로 선수를 뽑기 때문에 구단간의 전력 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1, 2차 지명이 사라짐에 따라 우수자원들이 드래프트에 나오게 되고 드래프트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전면 드래프트와 함께 시행되는 도시 연고제로 인해 구단이 늘어날 수 있고, 인기있는 구단같은 경우에는 지자체들의 환영도 받을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될 경우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구단들의 연고지역 내 학교에 대한 지원이 없어져 선수들의 실력 하락이 발생할 수 있으며, 팬들은 '우리팀'이라는 의식도 약해진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프로스포츠 자체가 '연고지역'의 사랑을 바탕으로 커 나가는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최강팀이던 현대 유니콘스의 관중수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렇듯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 제도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다. 잘 될 경우에는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리고 시기도 문제다. 현재 프로야구는 큰 위기 상황이다. 1995년에 펼쳐진 500만 관중 시대는 어느덧 먼나라 이야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연고제와 더불어 전면 드래프트가 이뤄진다면 팬들의 연고의식은 더욱 사라지게 된다. 지연과 학연은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지만 지연은 프로스포츠를 이끄는 큰 힘이기도 하다. 도시 연고제로 전환된다면 연고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응원하던 팀이 다음날 다른 지역의 팀이 될 수도 있는데 누가 열광적으로 응원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에도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모든 팀의 명칭에는 그 도시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기업 중심으로, 그리고 홍보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지역 이름을 사용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도시 외에 같은 광역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응원하던 팬들은 프로야구에서 점차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구단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전력의 고른 분배, 신생팀 창단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프로야구의 인기 유지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이 밖에 연고지역내 뛰어난 고교선수의 1차 지명만을 기다리며 그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던 것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전면 드래프트가 중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오히려 1차 지명권을 늘렸던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도시 연고제로의 전환에 대한 명분 역시도 부족하다. 도시 연고제로의 전환의 큰 이유 중 하나가 신생팀 창단인데 지금 상황에서 신생팀 창단은 요원하다. 470억원에 태평양을 인수했던 현대가 80억원이라는 가격에 나왔지만 이를 인수하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지금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현대 문제를 막기위한 임시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면 드래프트에 반대하는 한 팬은 한 게시판에 이런 말을 남겼다. "광주의 선동렬이, 부산의 최동원이, 대구의 이만수가, 인천의 김경기가 고향팬들에게 최고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한국야구의 전통을 반드시 유지시켜 주십시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