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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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감독들 성과로 나타나다

기사입력 2006.12.29 13:48 / 기사수정 2006.12.29 13:48

이성필 기자
        
지난 달 개봉한 프로축구 소재 영화 <비상>에 등장하는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전략가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광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런 뒤에는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하는 그의 일상이 뒤따랐다.

공부하는 모임에는 어김없이 보이는 감독들
▲ 감독이 되기 전부터 세계 축구의 흐름을 공부했던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 이성필


지난 10월 17일 오후 서울 남산 타워호텔에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최의 심판 강습회가 있었다. 이날 강습회에서는 낮익은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외룡 감독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 등이었다.

이들은 시즌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이 자리를 찾았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공부하기 위해서다. 기자, 해설가, PD, 캐스터 등 주로 언론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회였는데도 이들은 참석했다. 이후 이들은 그 주에 열린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우연을 낳았다.

승리도 승리지만 이들의 공부하고 노력하는 광경은 리그 발전의 큰 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 11월 중순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축구연구소' 주최의 세미나에서도 정해성, 박항서(경남FC), 허정무(전남 드래곤즈) 감독 등은 멀리서 올라와 참석, 이날 나온 이야기들을 서로 토론하며 공부하는 광경을 보여 주었다.

이런 공부하는 지도자들의 성과는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확실히 보여주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한 최 감독의 전략은 선수들의 머리에 입력되며 우승을 불러왔다.

최강희 감독의 공부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다. 수원 삼성 코치를 그만 두고 해외로 공부를 하러 떠난 그는 여러 축구 현장의 경험을 쌓았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애를 썼다. 이후 2005년 여름 전북의 부름을 받아 감독에 취임한다.

성과를 보여 공부의 필요성을 보여주다

▲ 인천의 전략가 장외룡 감독. 그의 공부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면 영화<비상>에서 확인해도 좋을 듯 싶다.
ⓒ 남궁경상
기자의 한 지인은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 놓았다. 2005년 네널란드에서 있었던 U-20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관전을 위해 개최도시인 엠멘으로 갔던 그는 한국 경기에서 수첩을 들고 관중석에서 뭔가를 열심히 적는 그를 보고 처음에 누군지 몰라 그냥 축구협회 임원이 전력 분석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며 노출되는 그를 보고 감독이라는 것을 안 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제 막 감독을 시작한 그가 보여 준 활약에 놀랐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는 이제 전북의 감독으로 1년 반이 막 지났다. 아쉽게 클럽 아메리카에 불운한 실점을 하며 FC 바르셀로나와 클럽 월드컵에서의 겨루기가 무산되었지만 그의 마법은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최 감독과 함께 올 시즌 프로축구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성남의 김학범 감독 역시 대표적인 학구파 감독이다. 오죽하면 그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감독으로 팬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김학범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상대의 특성에 따라 공격수들을 적절히 바꾸며 좋은 효과를 냈고 올 시즌 전기리그 10승2무1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1패는 후기리그 우승팀 수원이 선제골을 넣은 후 수비적으로 나와 패했던 경기였다.

이렇게 공부하는 감독들이 내는 성과는 대단했다. 물론 어느 감독이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뛰는 이들의 공부는 한국축구판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이들의 공부는 선수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들이 후일 지도자의 길을 걸을 때 분명 이들을 모델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공부하는 지도자들이 나와 축구협회의 의도에도 부합하고 ‘영리한 축구’를 하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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