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2006 프로축구도 지난 11월 25일 챔피언결정 2차전을 끝으로 공식적인 막이 내렸다.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는 아니었지만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역시 프로팀끼리 맞붙어 두 팀의 팬들은 좀 더 길게 프로축구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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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K리그 우승팀 성남 일화, 강력한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분업화 된 포지션 별 임무는 이들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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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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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 좋은 성적을 가져다주었다올해 프로축구는 결승전 대진이었던 수원 삼성-성남 일화가 말해주듯 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을 갖추고 전술을 펼친 팀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한해였다. 포백은 전방에 위치한 2~3명의 공격수가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수비에서 양 풀백들의 공격 참여로 또 다른 공격 옵션이 사용 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포메이션이다.
그래서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K리그의 많은 팀들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스리백을 사용해 플레이오프에 올라 온 포항, 서울은 포백의 수원, 성남을 상대로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역습을 노렸지만 강력한 포백을 기반으로 했던 양 팀에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물론 포항의 경우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스리백을 쓰면서도 공격 축구를 지향해 예외로 둘 수 있다. 또한 전문적인 풀백 자원만 있다면 언제든 포백을 사용 할 수 있다는 파리아스 감독의 성향이기에 전, 후기 통합 2위라는 좋은 성적은 포백으로의 전환 때 좋은 결과를 예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 현대가 우승 할 수 있었던 것도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하며 공격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다. 좌, 우 풀백 최철순-김인호(정종관)의 적극적인 공격 참여가 '역전의 명수'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이다.
또한 부산 아이파크의 엔디 에글리 감독은 전임 이안 포터필드 감독이 구축한 포백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승현이라는 걸출한 날개 공격수를 발굴해 내면서 후기리그 플레이오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은 포백의 유용함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려주는 부분이다.
올해 초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이전 한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정해성 감독이 전기리그까지만 해도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이것은 '꼴찌'라는 성적에 한몫 했다. 연고이전에 따른 후유증까지 겹쳐 최악의 성적을 낸 것이다. 그러나 컵대회 들어서 포백을 들고 나와 8위를 기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강한 포백 수비를 기반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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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리그 들어서 완전한 포백 전환 후 최대 수혜자가 된 수원의 백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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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우 |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 32개국 중 28개 국가가 포백을 쓴 것은 한국 프로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한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이 버무려진 축구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포백에 대한 학습이 덜 된 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도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는 포백을 급하게 학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실정에 맞지 않으니 스리백으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가끔씩 포백을 흔들어 놓기도 했고 K리그의 많은 팀들이 독일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포백을 쓰지 않아 당연히 포지션의 역할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에서의 경향이었던 포백은 K리그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큰 감흥을 일으킨 듯 보였다. 그 선구자는 전기리그 스리백을 바탕으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함에도 불구, 월드컵 해설자로 나서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차범근 수원 감독이었다.
전기리그와 컵대회의 수원을 기억하려는 팬들은 많지 않다. 팀 창단이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도미노처럼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의 졸전으로 꼽혔던 전기리그 부산과의 경기가 한 예다. 포백을 사용하며 수원을 압박 4-1의 승리를 만들어 낸 부산의 화끈한 공격 축구가 느린 스리백의 구멍에 빛을 낸 것이다.
그러나 독일 현지에서 비싼 과외를 받고 돌아 온 차범근 감독은 "수비수 곽희주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포백을 조금 더 일찍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뒤 백지훈, 이관우 등을 영입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을 채우며 '4-2-3-1'이라는 후기리그 수원의 비상을 보여 준 포메이션을 만들어 냈다.
관중들도 덩달아 즐거울 것이 포메이션은 수원을 후기 우승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단기 승부에서는 오랫동안 포백을 구축하며 조직력을 갖춰 온 성남의 우승으로 돌아갔지만 분명한 것은 포백의 효과를 느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달 25일 한국축구연구소가 주최한 '우수 수비수 육성 방안 세미나'에서도 세계적 흐름인 포백을 기반으로 한 4-3-3, 4-4-2 등의 포백 기반의 포메이션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었다. 많은 지도자들이 포백을 공부해 우수한 자원을 유소년부터 육성하자는 의도에서다.
올 시즌 우승한 성남의 경우 2005년 김학범 감독의 부임이후 차경복 전임 감독의 포백에서 좀 더 공격적인 포백을 주입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 김철호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며 공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포백의 경우 김영철-조병국의 강력한 중앙수비수를 두고 장학영-박진섭이 좌, 우 풀백에 자리 잡으며 국가대표급 포백을 구성했다.
포백 축구는 관중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축구특별시' 수원의 경우 전기리그 최악의 성적에 한때 네 자리수의 관중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포백을 기반으로 나선 후기리그에서는 평균 관중이 증가하며 K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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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관중 증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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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관중 증가도는 다음과 같다.
전기리그 홈 7경기 142,134명 평균20,310명
컵대회 홈 7경기 79,246명 평균 11,320명
후기리그 홈 8경기 225,304명 평균 28,163명 / 이성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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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은 관중들에게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해야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문 수비수 3명을 놓고 지키려는 축구에 팬들은 식상해하고 있다. 성적이 안 나와도 좋으니 차근차근 포백을 갖춰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축구팬들은 독일 월드컵개막전 독일-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 포백의 왼쪽 수비수로 나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개막골을 터트린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의 플레이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또 후기리그 개막전 FC서울-수원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 조원희의 오버래핑에 이은 가로지르기를 받아 시저스킥을 날려 득점에 성공한 이관우의 공격형태가 수없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프로축구에서는 과연 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이 K리그 팀들에게 얼마나 많이 보일지 궁금하다. 물론 스리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추세인 포백을 거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한국 프로축구도 어서 포백에 더 눈을 뜨기를 기대해 본다.
이성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