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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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제2의 이병규'가 아닌 '제1의 박용택'으로

기사입력 2007.09.19 21:49 / 기사수정 2007.09.19 21:49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필자는 지난 18일 LG 트윈스로부터 투수 김광삼(27)의 타자전향 보도자료를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올 시즌 중반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었고 김광삼은 신일고 시절 좋은 방망이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151이닝을 던지며 8승을 따냈던, 어느 정도 족적이 있는 투수의 타자 전향이라 개인적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우투좌타로 활약하게 될 김광삼의 포지션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손인호를 제외하곤 좋은 송구를 보여주지 못했던 LG 외야진을 생각해 볼 때 김광삼은 외야수로 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김용달 타격코치는 '김광삼은 탁월한 동체 시력과 선구안, 컨택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광삼의 타자 전향을 생각하면서 한 스타의 얼굴이 겹치더군요. 바로 올 시즌 주포 역할을 해야 했던 박용택(28)입니다.

이병규를 따라가는 듯한 박용택

박용택은 현재 서울 시민에게 얼굴이 가장 잘 알려진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일 그의 얼굴을 한 번 이상은 접하게 되지요. 그는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라 기량도 탁월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박용택의 타격을 볼 때마다 기대만큼 아쉬움도 큽니다. 이 아쉬움은 비단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LG 트윈스 홈페이지의 '쌍둥이마당' 같은 곳을 둘러봐도 그의 더딘 발전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글이 더러 있었으니까요.

LG 시절 이병규는 분명 훌륭한 타자였습니다. 그러나 선구안의 취약점으로 그 굉장한 재능을 다 살리지 못했던 아까운 타자이기도 했습니다. 박용택의 현재 모습을 보면 이병규의 선구안을 답습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병규는 갖다 맞추는 데는 굉장한 능력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지는 볼에 엉덩이가 빠지며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을 건드려 안타를 만들기도 한 선수였죠.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타격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도 안타를 뽑아낼 수 있었다는 것. 분명 이병규의 배팅 파워는 굉장한 수준이었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맞추는 타격, 이것으로 국내 생활을 보내던 이병규는 결국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일본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와 묵직한 볼 끝에 놀라며 뒤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박용택의 배팅 파워도 물론 좋은 편입니다만 이병규의 그것에 미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병규는 하체와 어깨가 무너져도 손목을 순간적으로 잘 이용해 안타를 양산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박용택의 감각이 이병규만큼 뛰어나다고 보진 않습니다.

박용택은 이병규를 따라가지 않는, 타석에서 조금은 생각을 하는 타격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그의 방망이를 더욱 무겁게 하는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느낀 것을 펼쳐 놓도록 하겠습니다.

주포답게 생각하는 타격을

11일 4시간 38분의 혈전을 펼쳤던 LG와 롯데. 연장 10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펼쳐진 박용택과 호세 카브레라의 대결, 거기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을 풀어놓아 보겠습니다.

롯데의 마무리 카브레라는 그 경기에서 2.2이닝을 투구하며 박용택을 상대하기 전까지 3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짧게 던지는 마무리인 만큼 피로가 쌓이던 중이었지요.

지친 이유에서였는지 카브레라는 와인드업 상황에서도 구질을 노출했습니다. 구위는 좋으나 체인지업 구사력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닌 카브레라가 '쿠세'를 보여줬다는 것은 승부의 반을 지고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인을 훔쳐보는 것은 분명 범죄입니다. 그러나 '쿠세'를 눈치챘다는 것은 전혀 죄의식 같은 것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투수의 잘못이자 타자의 혜안입니다. 그러나 당시 박용택에겐 그 눈이 없었습니다.

또한, 롯데 포수 강민호가 카브레라와 호흡을 맞출 시의 볼 배합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선수이니만큼 스트라이크 존을 세분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져 박용택이 차근차근 생각하고 들어갔다면 분명 안타를 때려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박용택은 카브레라의 공을 맞추는 데 급급했고 순간적인 예상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직구 타이밍에서 체인지업 타이밍으로 배트를 돌려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날렸고 정작 체인지업 타이밍에서는 직구 타이밍으로 배트를 돌리며 삼진을 당했습니다.

분명 박용택은 능력이 되는 선수입니다. 팀에서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에게 중책을 맡긴 것입니다. 그러나 선배의 타격을 따라가는 타격. 이병규가 LG에 남아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이병규는 대한해협 건너에 있습니다.


김용달 코치가 왜 진작부터 김광삼에게 타자 전향을 제의했을까요? 이는 재능과 열정을 갖춘 김광삼에게 기회를 줌과 동시에 기존의 타자들에게 자극을 준 것입니다.
 
물론 방망이와 이별했던 김광삼과 기존 타자들과는 실력 차가 현재로썬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나 검게 그을린 얼굴이 보여 주듯, 성실한 훈련 자세를 자랑했던 김광삼. 그의 야수진 가세는 주포 박용택을 필두로 한 타자들의 내면에 잠재해 있을지 모를 매너리즘을 깨기 위한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박용택이 LG의 주포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분명 그는 바뀌어야 합니다. 박용택이 따라가고 있는 이병규는 훌륭한 타자인 동시에 아까운 타자였습니다. 박용택은 이병규가 끝내 버리지 못했던 '취약한 선구안'을 버리고 박용택만이 할 수 있는 타격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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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 트윈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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