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05 08:31 / 기사수정 2010.07.05 08:31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KIA가 이기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KIA가 지난 6월 17일 대전 한화 전 승리 이후 14경기를 연이어 패했다. 물론 지난 3일과 4일 대구 삼성 전에서도 어김 없이 패했다. 4강 싸움은 고사하고, 당일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당면과제가 된 지 오래다.
좋지 않은 경기 흐름
경기를 하다 보면 언제든 질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은 1패지만 좋은 경기 내용으로 패배를 하게 되면, 그 자체로 다음 경기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러나 최근 KIA는 연패를 이어가는 내용이 나쁘다. 좋지 않은 흐름이 좋은 흐름을 연일 방해한다. 특히 지난 3일과 4일 대구 삼성 전은 더더욱 아쉬운 게임이었다.
실제로 삼성은 3일과 4일 모두 경기 초반에 집중 득점을 한 후 경기 중, 후반에 KIA 투수진을 공략하지 못했다. 삼성은 3일 10안타를 쳤지만 3득점에 그쳤다. 4회 이후 거의 매 이닝 주자를 득점 권에 두고 불러들이지 못했다. 4일에는 오히려 안타 개수가 KIA보다 2개 적었다. 양현종을 조기 강판시켰지만 3회 이후 단 1점도 달아나지 못했다. 이는 KIA 구원진이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냈다는 뜻이다. 상대의 좋은 흐름을 차단해 아군으로 끌어온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KIA 타선도 3,4일 경기 모두 반격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KIA 타선은 찬스 때마다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3일에는 4회와 6회 병살타, 1회에는 상대실책으로 만들어진 기회에서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4일에도 10안타 대부분은 산발 안타에 그쳤다. 상대 또한 비효율적인 공격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좋은 흐름을 잡아오지 못했다.
사실 KIA 선발진은 최근 양현종이 연이어 무너지는 등 삐걱대고 있다. 그러나 KIA 선발진은 타선이 부진하고 구원진이 무너졌을 때도 최소한의 제 몫은 해줬다. 최근 선발진의 부진은 오히려 구원진과 타선의 거듭된 부진과 함께 동력을 잃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여전히 KIA의 가장 믿을만한 구석은 선발진이다. 연패를 할 때는 선발진이 대량 실점을 해도 구원진이 막아주고 타선도 힘을 내줘야 반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KIA는 타선에서 좋은 흐름을 잇지 못하고 있다. 좋은 흐름을 이끌어오는 것은 투수진의 몫이지만, 그 흐름을 '상승세'로 이어가는 것은 타자들의 몫이다.
패배의식
KIA 조범현 감독은 3일 대구 삼성 전 이후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일 14연패를 맛본 이후 에도 "타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조 감독의 두 마디에 KIA 연패탈출의 해답이 있다. KIA는 절대로 쉽게 무너질 전력의 팀이 아니다. 진짜 큰 문제는 패배가 하나, 둘씩 쌓이면서 선수들의 마인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부터 KIA 타자들은 득점 찬스에서 급격하게 위축된 모습이다.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돌아선 수비에서 실점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3일과 4일 대구 삼성 전에서는 타자들이 어쩌다 잡은 찬스에서도 쉽게 외야로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해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학습효과로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좋지 않은 결과가 모여 패배가 쌓이면 어느 순간에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정신을 지배한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는 더욱 경직된다. 그 사이 연패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 KIA는 시즌 내내 타선이 막히고 구원진의 불안한 피칭이 이어지는 좋지 않은 흐름 속에 패배가 거듭되며, 타자들은 타자들대로, 투수들은 투수들대로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패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승부의 의욕을 잃는 '패배의식'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 시즌은 이제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KIA는 14연패를 당하고 있지만 아직 4위 롯데와 3.5게임 차에 불과하다. 희망이 있다. 패배는 언제든 당할 수 있다. 그러나 패배보다 더 나쁜 것은 '패배의식'이다.
KIA는 패배를 당하더라도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내고 좋은 흐름으로 패배해야 한다. 좋지 않은 흐름이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가장 절실한 것이다.
KIA가 빠른 시일 내에 그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히 연패횟수를 떠나서 진짜 회생불능의 길로 들어설 지도 모른다.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길들여지게 되면 팀 자체가 한 순간에 수습될 수조차 없는 공멸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어쩌면 KIA의 14연패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은연중에 KIA 선수들 사이에 젖어 들고 있는 패배의식일지도 모른다.
[사진= 조범현 감독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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