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20:19

섹스가 골 결정력에 미치는 영향은?

기사입력 2010.07.06 12:17 / 기사수정 2010.07.06 15:52

양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칼럼니스트 양진석] 월드컵이 열린 이듬해면 출산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축구경기가 주로 늦은 밤에 열리는 데다 젊은 남녀가 응원 열기에 함께 들뜨고, 이후 자연스럽게 술자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월드컵 베이비붐'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유행처럼 번진 거리 응원의 노출 의상과, 축제 분위기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느슨해진 경계심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게 성적 자극요소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올해 월드컵 기간 중 콘돔 판매량은 평소에 비해 28% 늘었으며,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3배까지 증가해 여기에 근거를 보태고 있다. 잦은 성관계 빈도가 높은 출산율로 이어진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설.

콘돔 판매가 크게 늘면서 콘돔제조업체의 주가도 덩달아 급등세를 보였다. 국내 최대의 콘돔제조사 유니더스의 주가는 6월 14일 전날보다 약 15% 오른 1,565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별다른 변수가 없을 종목인 콘돔제조사 입장에서 월드컵이란 단기적이지만 반가운 호재임이 틀림없다.

섹스가 골 결정력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월드컵과 섹스의 상관관계는 이렇다. 그렇다면, 축제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경우는 어떨까?

대개 한 달가량 펼쳐지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의 섹스 문제는 늘 흥미로운 주제가 된다. 섹스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줄 것이며 무엇보다 성인인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사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체력 손실과 기강의 해이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금욕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만만찮다.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들의 섹스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표팀들은 대회기간 내 선수들의 섹스를 금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영원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섹스 외에도 인터넷 이용과 적당한 음주를 허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섹스 문제에 관한 한 관대한 편이어서, 선수 부인들이 자가용을 타고 대표팀 버스를 따라다니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잉글랜드는 선수들을 부인이나 애인들로부터 차단해 섹스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등 가장 예민한 대응을 보였다. 잉글랜드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평소 엄격한 선수관리로 유명하다. 그는 선수들이 페이스북(Facebook)에 접속하는 것도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호텔에 CCTV까지 동원해 선수들의 동정을 일일이 점검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사실상 대회 기간 중의 섹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섹스에 대한 담론이 아직 부자연스러운 만큼 이와 관련된 원칙이 공식적으로 공개된바 역시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각국의 '선수 섹스관리'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섹스에 관대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역대 최강의 공격력을 발휘하면서 8강에 안착했지만 나란히 유럽팀(독일과 네덜란드)에 패하면서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본선에 오른 남미 5개국이 모두 16강에 진출했으며 그중 4팀이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4강까지 오른 팀은 우루과이뿐인 것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결과다. 한편, 유럽 쪽에서는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데 이어 C조 2위로 쉽지 않게 16강에 오른 잉글랜드도 8강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4강까지의 진행된 상황을 놓고 본다면 섹스를 문제 삼지 않는 남미는 승승장구하는가 싶더니 결과는 좋지 않았고, 성욕을 통제했던 유럽팀들은 오히려 결국 강력한 효과를 본 셈이다. 지금쯤 마라도나 감독은 '진작 섹스를 금지할 걸'하며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금욕을 하게 되면 체력이 허비되지 않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져 축구나 권투 등의 스포츠에 효과가 있다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포츠 의학자들은 섹스가 경기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혀 없거나 극히 미미하다고 말한다.

섹스는 아주 경미한 운동에 속하므로 선수들의 체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호르몬 분비를 도와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많은 실증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섹스를 허용했던 1994년 미국 월드컵과 금지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시 허용했던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8강전에서 탈락했다.

선수단의 금욕령의 목적은 단지 섹스 자체의 통제에만 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저마다 스타성이 출중하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을 위해 한 데 모이게 되는데, 이때 강력하고 조화로운 팀웍을 조성하기 위해 팀 차원의 기강 단속의 일환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본인이 과거 악명 높은 골초이자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선수단의 사생활에 대해 가장 너그러운 감독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은 섹스의 대상은 선수의 부인이나 애인으로 분명히 제한했다.

또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치의인 도나토 빌라니는 "섹스를 통해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은, 자신의 원래 섹스파트너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했을 때나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란 현지의 성매매 여성들과의 잠자리를 뜻한다. 평소의 성생활 주기나 습관을 따르지 않는 과도하고 일탈적인 섹스는 심리상태의 동요 및 신체 피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특수 노린 매춘부 집결, 에이즈 월드컵?

비정상적인 섹스가 체력 및 집중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지만 더 위험한 것은 에이즈를 비롯한 성병 감염의 가능성이다.

남아공은 전체 인구 4,900만 명 중 에이즈 감염 인구가 약 570만 명(어린이 28만 명 포함)이 달하고 성인의 20%가 양성반응자다. 매년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숫자만 35만에 이르는데, 감염자 중 상당수는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게다가 아프리카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무려 4만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월드컵 특수를 좇아 남아공에 입국한 상태라, 선수 관리를 위한 각국 선수단과 에이즈 감염 확산을 걱정하는 남아공 정부의 신경이 함께 곤두서 있다.

콘돔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들이 목표로 하는 고객들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월드컵을 뛰는 돈 많은 각국의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다. 남아공 정부는 '성매매 안전지역'을 설정하여 윤락녀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으며 다량의 콘돔을 무료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3월 영국 방문 당시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콘돔 지원을 요청, 4,200만 개를 제공받기도 했다.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2010 남아공 월드컵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우려했던 치안 및 에이즈 문제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

우승컵의 향방을 판가름할 때까지 안전하고 깨끗한 축제로 이어지기를 지구촌의 축구팬들이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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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 칼럼니스트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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