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아이돌 스타나 가수가 뮤지컬에 출연하는 건 예삿일이 됐다. 노래, 춤, 연기 등 다방면의 실력을 무기로 가수에 국한하지 않고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실력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번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혹독한 연습을 거쳐 뮤지컬 분야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이들이 늘어났다.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재발견되고 있다.
2AM, 옴므로 활동한 가수 이창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에서 잭 파벨 역을 맡은 이창민은 “선입견은 지금도 있지만 넘어서는 게 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줘야 선입견을 지울 수 있을 거예요. 보통 100을 보여준다면 아이돌 타이틀을 달고 활동을 오래 하거나 예능을 많이 하는 친구들은 150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옥주현 선배님이 대단해요. 개그맨 타이틀을 넘은 정성화 선배님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못 이뤄낼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대신 제게도 많은 히스토리가 쌓여야겠죠.”
대작인 ‘레베카’에서 뮤지컬 배우 이창민으로서 실력을 증명해내고 싶다는 그다. 연습 기간에도 잭 파벨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등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일부러 잭 파벨 캐릭터처럼 보이고 싶어서 연습할 때 항상 슈트를 입고 다녔어요. 다른 작품을 할 때 화려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왔는데 상대 배우가 집중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혼났어요. '레베카'에서는 연습 내내 슈트를 입고 다녔어요. 잭 파벨처럼 보이고 싶었거든요. 저 여자 캐릭터를 꼬시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임했죠. 최소한 그 정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를 모티브로 한 ‘레베카’는 전 부인인 레베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를 중심으로 맨덜리 저택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용이다.
잭 파벨은 레베카의 사촌이자 내연관계를 형성한 인물이다. 돈과 관련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한다. 돈 많은 남자 막심과 결혼한 레베카와 불륜을 저지르고 죽은 레베카의 방에서 돈을 찾아다닌다. 레베카의 죽음으로 절벽 앞에 선 막심을 협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창민은 “관객이 잭 파벨에게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잭 파벨의 입장에서는 막심이 악당이에요. 난 자동차를 팔고 있는데 막심은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내 사촌이자 사랑하는 여자를 뺏어갔어요. 돈으로 돌아가는 이 원망스러운 세상에 나만 손해보고 사는 느낌이랄까요. 레베카에게 심지어 돈도 챙겨줬어요. 레베카가 죽고 나서 돈을 어디에 뒀을까 생각해 돈을 찾으러 간 거죠. ‘내 여자가 죽었는데 돈도 못 받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잭은 진심으로 레베카를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집을 휘젓고 다니고 협박을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잭의 연기에 당위성이 없어진다고 봐요. 레베카의 진실을 알고 나서는 돌아버렸을 것 같아요. 혼자 착각을 한 거니까요. 잭 파벨이 본인의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했다면 절대 이러지 못할 것 같다고, 이게 맞다고 믿어야 그렇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조연출님에게 했어요. 누군가는 (잭 파벨이) 오죽했으면 저럴까 하고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레베카’의 사연에 임하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최민철과 더블 캐스팅됐다. 같은 역할이지만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최민철 형과는 더블캐스트여서 매일 붙어 다녔어요. 제가 나쁜 놈 대장이라고 불러요. 형은 대장이고 저는 행동하는 놈이에요. 재밌게 연습했어요. 민철이 형은 사연을 한 분이어서 이 자체로 바이블이 된 부분이 있거든요. 누가 봐도 지금까지 봐온 잭이고 전 뉴 캐스트이기 때문에 형의 장점, 필요한 부분을 많이 가져와 변화를 주려했어요. 형과는 방향성이 달라요. 전 나빠 보이려 하는데 형은 기본적으로 세 보여서 착해 보이려 한다더라고요. 형과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다른 노선을 가는 거여서 재밌는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