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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장진 "영어권 공연이 꿈, 나이 들수록 글쓰기 더 즐거워"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12.24 11:44 / 기사수정 2019.12.24 11:4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장진식 코미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진 감독의 작품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함, 엉뚱한 매력 등이 녹아있다.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에서 공연 중인 ‘꽃의 비밀’ 역시 장진식 웃음이 더해진 개성 넘치는 작품이다.

연극 ‘꽃의 비밀’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수상한 네 명의 여인들의 20만 유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으로 선보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고 최근 일본과 중국에 라이선스로 수출해 성황리에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올 2월, 3월에 일본과 중국에서 올렸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작품을 라이선스로 가져올 때 절대 수정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원작자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잖아요. 저도 당연히 그렇게 했는데 중국에서 ‘꽃의 비밀’이라는 오래된 소설이 있다더라고요. 제목을 바꿨으면 해 ‘그녀들의 비밀’로 바꾸긴 했어요.

라이선스를 외국에 주고 외국 분들과 작업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이 작품을 2014년에 썼는데 2014년의 상황이 너무 고증적으로 들어가 있다 보니까 시간이 흘러서 언제 어디서 공연해도 상관없는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14년 당시의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 등의 내용을 없애는 작업을 했어요. 2025년, 2030년에 올리더라도, 또 영어권이든 아시아권이든 이질감 없이 다가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어느 날 네 여자에게 은밀한 비밀이 생긴다. 남편들이 탄 차가 고장 나 부르노 계곡에 추락, 모두 죽게 된 것이다. 네 여자의 발칙한 작전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는 이 '아줌마들'은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한다. 남편인 척 간단한 방문 검진만 받으면 보험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코믹하게 담는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영어권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스토리다.

현재 영어권 국가에서 공연을 염두에 두고 번역 작업 중인 장진 연출은 “영어권에 좋은 조건에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제작자, 기획자들이 미국에서 잘 된 작품을 어렵게 사와 로열티를 내고 공연을 올리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되게 힘들긴 하죠. 동료나 가족에게는 1%의 확률인데 해보는 거라고 해요. 내년 말쯤에는 잘하면 영어권에 대본을 소개해드릴 정도는 될 것 같아요. 3년 정도는 걸릴 거고 잘하면 되지 않을까. 3년 후에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만 해도 신이 나요.”
 
‘꽃의 비밀’의 세 번째 시즌에는 배종옥, 김규리, 강애심, 이선주, 조연진, 김나연, 문수아, 박지예, 박강우, 최태원, 전윤민, 김명지가 출연하고 있다.

그중 배종옥과 김규리는 대중 매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배종옥은 재연에 이어 자스민을 연기한다.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털털한 주당으로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김규리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듯하지만 남편의 바람을 견디는가 하면 어린 배달부와 썸을 즐기는 모니카 역할을 맡았다. 배종옥이 ‘지정생존자’에서 호흡한 김규리에게 ‘꽃의 비밀’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배종옥 배우는 끊임없이 드라마와 영화를 할 수 있는데도 주기적으로 무대를 찾아요. 후배 배우들도 누나를 보면서 연극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전 연극이 (TV, 스크린으로 진출하기 전) 징검다리처럼 생각되는 게 싫거든요. 그런데 배종옥 배우는 큰 배우가 됐어도 자연스럽게 연극으로 와요. (후배 배우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김규리 배우는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심이 돼요. 놀라울 정도로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라디오를 끝내고 연습실에서 8시간 정도 연습하는 생활을 계속하는데도 너무 재밌어했죠.”

장진 감독은 ‘허탕’,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꽃의 비밀’ 등 여러 희곡을 주로 집필하고 공연했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웰컴투동막골’,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함께 자리한 배종옥은 “장진 연출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부터 60살까지 좋을 작품이 나올 나이”라고 기대했다.

장진은 “스피드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글 쓰는 게 점점 즐거워진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마지막 몇 장이 남아 있어요. 요즘 오전 7시에 작업실 가서 4시간 정도 글을 써요. 배종옥 누나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요. 캐스팅 때문은 아니고요. (웃음) 주인공이 50살 여성인데 누나가 봐줬으면 해요. 신나게 쓰고 있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꽃의 비밀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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