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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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장진 연출 "배종옥 상상 못 한 망가짐, 관객도 좋아해"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12.24 11:41 / 기사수정 2019.12.24 11:4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코미디 천재’로 불리는 장진 감독의 창작 연극 ‘꽃의 비밀’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와 개성 가득한 캐릭터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20대부터 40대까지 각기 다른 아줌마들이 펼치는 상황과 대화가 재기 발랄하다.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대사는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에서 공연 중인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수상한 네 명의 여인들의 20만 유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으로 선보였다. 최근 일본과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한 후 성황리에 공연했다. 

“세 번째 하는 공연인데, 배종옥 배우를 주축으로 배우들끼리 1년 전부터 ‘꽃의 비밀’을 겨울에 다시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 역시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요. 관객이 좋아한 대중극이기 때문에 1, 2년에 한 번 정도는 겨울 시즌에 공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불규칙한 일정 속에 (공연 일정이) 한 달 정도 앞당겨져 배우들에게 미안했어요. 다른 곳에서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일정을 못 맞춰 초반에는 연출 없이 배우들끼리 연습했죠. 배우들이 많은 역할을 해줘 고마워요.”

이번 ‘꽃의 비밀’에는 배종옥, 김규리, 강애심, 이선주, 조연진, 김나연, 문수아, 박지예, 박강우, 최태원, 전윤민, 김명지가 출연한다. 그중 배종옥은 재연에 이어 자스민 역을 맡아 열연한다. 소심한 듯 보이지만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털털한 주당으로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른 배종옥의 코믹한 매력을 볼 수 있다.

배종옥과 절친한 장진은 “선입견 하에 이뤄지는 캐스팅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상상한 그대로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뜻밖의 캐스팅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배종옥 누나가 자스민이란 역할을 하는 것이 상상이 안 됐어요. 기존의 자스민 캐릭터를 따라 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너무 다르더라고요. 누나가 하니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저도 상상 못 한 모습이 나왔어요. 배종옥이란 사람이 그렇게 망가지니 관객도 좋아하더라고요.”


여자 배우들이 중심을 이루는 작품이다. ‘‘세상에 어떤 부부가 전화를 하니?”라며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는 왕언니 소피아부터 남편 때문에 속 썩어도 이혼하자는 말은 쉽게 못 꺼내는 주당 자스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듯하지만 어린 배달부와 썸을 즐기는 모니카, 가장 어리지만 바람난 남편에게 복수하는 대범함을 가진 지나까지 여성 캐릭터의 개성이 눈에 띈다.

“대학로 공연은 여성 관객들이 많고 여성 관객의 힘이 있잖아요. 여성 관객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있죠. 그래서 기획, 제작자들이 볼 때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연극에 대해 확실한 검증이 없으면 제작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 정도까지인 줄 몰랐어요. 욕심이 있어 이 작품을 오랫동안 써왔는데 원래는 남자들이 하는 거였어요. 남자들이 여장을 한 채로 시작해요. 그런데 너무 실험적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말렸어요. 여자 네 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연극을 트라이아웃도 없이 두 달을 잡았냐면서 처음에는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결국에는 작품이 좋으면 분명히 관객들이 와줘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보여줘야 하는 거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입증을 해줘야 관객들도 결과를 내줄 거고 그런 작품이 많아야 좋은 제작자들과 배우가 오게 돼요. 좋은 작품이어야 관객이 올 거고 좋은 배우들이 오게 돼 있죠. 저도 그런 결과를 내고 싶어요.”

장진 감독은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글솜씨를 지녔다. ‘허탕’,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 주로 희극적인 내용을 다룬 희곡을 주로 집필하고 공연했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웰컴투동막골’,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이번 ‘꽃의 비밀’ 역시 지루할 틈 없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주위에서 기특하다고 해주는데 지금도 안정이 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극으로 거대한 수익을 내고 자랑거리가 되려면 10년은 공연해야 해요. 초연 때 자녀들의 티켓팅을 통해 어르신들 중장년 관객이 많이 왔어요. 아이들도 이해 못하는 장면이 있어도 너무 재밌게 보더라고요. 평소 연극을 잘 경험하지 못한 분들도 무대와 친해지기 되게 좋은 작품이에요. 연말 연초에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어요. 시골에 흔히 볼 수 있는 네 여성분들의 하룻밤 이야기에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느낄 거예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꽃의 비밀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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