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은퇴하는 그 날까지 이 번호를 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7년 데뷔해부터 등번호 58번을 달았던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은 다음 시즌부터 배번을 61번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61번은 지난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성훈의 번호였다. 김성훈과 박상원은 2017년 입단 동기로, 박상원은 1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김성훈의 승리를 자신이 날렸다며 자책하곤 했다.
김성훈의 번호를 단다는 것에 구단도 조심스러움이 있었지만 박상원의 진심어린 마음에 결단을 내렸다. 박상원은 "처음 바꿔달라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하셨는데, 직접 운영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먼저 그렇게 전화를 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고, 구단에서 좋게 받아들여주셨다"고 털어놨다.
박상원은 "올해 참 많이 가더라"며 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친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고, 아쉽게 세상을 떠났다"며 "(정)근우 선배님이 다른 팀으로 가셨을 때 (정)우람이 형에게 선배님까지 가면 힘들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었다. 계약 소식이 들린 뒤에야 심적으로 편해지더라"며 "이것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한다. 다음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보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2년차였던 지난해 69경기 60이닝을 던져 4승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던 박상원은 올 시즌 61경기 59이닝 1승4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97의 성적을 올렸다. 수치만 본다면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진 성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박상원은 한 톨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그는 "이닝도 작년 만큼 던졌고, 끝자락이지만 3점대 평균자책점에 10홀드도 처음 했고 피안타율도 떨어졌다. 작년 생각지도 못하게 잘했는데, 올해는 운이 좋지 않아 주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만큼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박상원은 "작년에 비해 타이트한 상황이 더 많았다. 팀에서 역할이 강해진 건 맞는 거 같은데 아직은 멀었다.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겨냈어야 하는데 혼자 버티지 못했다. 배운 것도 많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본다"고 돌아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는데, 나는 마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다음 시즌부터 자신의 등 뒤에 새길 61이라는 번호도 자신이 무겁게 받아들이면 더 무거워질 것을 알기에, 최대한 덤덤하게 짊어지려고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 못해도 돼요. 이 번호를 달고 잘하든 못하든 늘 하던대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이 번호가 여러가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도 은퇴하는 그 날까지 이 번호를 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말들이 많겠지만, 후회 안 할 것 같아요".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박상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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