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02 14:33 / 기사수정 2010.07.02 14:33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세이브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두산 이용찬이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대전 한화 전에서 시즌 17, 18세이브째를 따냈다. 그는 최근 4경기에서 3세이브를 따내며 세이브 부문 선두 SK 이승호의 19세이브에 단 1세이브 차로 따라붙었다. 이에 뒤지지 않고 SK 이승호도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 전에서 12일 만에 18세이브를 따낸 데 이어 29일 광주 KIA 전에서 시즌 19세이브를 따내 세이브 부문 선두를 지켜냈다.
힘 대 힘에서 허허실실
이용찬은 불 같은 강속구로 힘 대 힘의 과감한 승부를 즐긴다. 마운드에서 피하지 않고 초구부터 빠른 볼을 집어넣는 담대함은 피해가는 승부를 싫어하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데뷔 2년 차였던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나서기 시작했고, 26세이브를 따내며 단숨에 세이브 왕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세이브 수확과는 별개로 불안한 피칭을 보여준 경기가 적지 않았다. 삼진/볼넷 비율이 지난 시즌의 1.79에서 2.86으로 상승했으나 피안타율도 0.225에서 0.229로 약간 높아졌다. 지난 시즌 40.2이닝 동안 33개 맞았던 안타를 올 시즌 26.2이닝을 소화하며 22개나 허용한 것이다. 묵직한 직구로 많은 삼진을 잡았지만 때로는 직구를 노려친 타자들에게 안타를 허용해 위기를 맞이했던 적도 있었다.
특히 5월에는 세이브를 3개 따내는 데 그쳤으며 블론 세이브도 1개를 기록했다. 그러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그에게 슬라이더를 던질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최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세이브를 따내는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했다.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의 위력이 여전한데다 슬라이더의 적극적인 사용으로 타자의 히팅 타이밍을 뺏고 있다. 윽박지르는 피칭에서 때로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허허실실' 피칭을 익혀가고 있다.
허허실실에서 힘 대 힘
지난 시즌 그는 무려 106.1이닝을 던졌다. 그런데 올 시즌도 현재 이용찬의 2배에 가까운 54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당연히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통했던 허허실실 피칭도 카운트를 잡는 직구의 위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타자들에게 직구-변화구 할 것 없이 타이밍에 맞는 강한 타구를 연이어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광주 KIA 전에서 세이브와 구원승을 따냈지만 최근 연패를 당하고 있는 KIA의 물 방망이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아직 시즌은 중반인데 시즌 초반보다 확연히 구위가 떨어진 모습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 지난 시즌에 비해 팀 구원진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연투를 피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면, 투구 패턴을 바꿔 때로는 허를 찌르는 직구를 결정구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직구의 볼 끝이 살아야 변화구 승부도 통한다. 변화구의 비중을 약간 줄이고 최대한 직구의 코너워크를 하게 되면 오히려 직구의 볼 끝이 좋아질 수도 있다. 때로는 이용찬의 최대 장점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마침 SK와 두산은 2일부터 문학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최근 세이브 획득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이용찬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이승호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이용찬은 지난 1일 대전 한화 전에서 세이브를 때낸 후 "최근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나아졌다. 목표인 30세이브를 거둘 자신이 있다"며 당찬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이승호는 별말이 없었지만 노련하면서도 패턴에 변화를 주는 피칭으로 두산 타자들을 잡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승호는 35세이브, 이용찬은 32세이브를 따낼 수 있다. 더욱이 세이브 부문 3위~5위인 손승락(13개), 오카모토(12개), 유동훈(11개)은 소속팀의 전력이 두 팀에 비해 처지기 때문에 향후에도 세이브 왕을 향한 경쟁은 두 선수의 맞대결로 좁혀질 전망이다. 본격적인 체력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세이브를 많이 잡아내면 잡아낼수록 두 팀의 희비도 엇갈릴 것이다. 이승호와 이용찬이 서로 장점을 바라보며 세이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이용찬-이승호 (C) 두산 베어스-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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