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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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염기훈-이동국, 당당하게 어깨를 펴라

기사입력 2010.06.30 11:19 / 기사수정 2010.06.30 14:09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뤄낸 한국 축구. '유쾌한 도전'을 '기분좋은 쾌거'로 일궈낸 태극전사들은 목표를 이뤄냈다는 기쁨을 갖고,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부터 기자회견, 해단식이 있었던 호텔, 그리고 국민대축제가 열린 서울광장까지 태극전사들이 가는 곳마다 이들을 격려하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 축구의 숙원과도 같던 숙제를 해소해 냈다는 기쁨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댔고, 태극전사들은 밤새면서 자신들을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태극전사들과 수많은 팬들의 '유쾌한 만남'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굳은 표정을 지었던 선수들이 있었다. 16강 쾌거라는 기쁨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동국(전북)과 염기훈(수원)이 그랬다.


20시간이 넘는 장기간 비행 때문에 피곤함이 묻어있었을 수 있었지만 이들의 표정에서는 진한 아쉬움과 뭔가를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득해 보였다.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렸던 염기훈,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후반 42분, 약한 슈팅으로 동점골 기회를 실패한 이동국 모두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선수들이었다. 16강의 쾌거 속에서도 둘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거의 내내 굳은 표정을 드러냈다.

이들과 더불어 또 한 명 주목받은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인천공항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바로 나이지리아전에서 동점 패널티킥 골을 내주는 결정적인 파울을 범했던 김남일(톰 톰스크)이었다. 한국행이 아닌 소속팀이 있는 러시아행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은 김남일은  주장 박지성을 통해 "죄송한 마음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죄책감을 아직까지 털어놓지 못했음을 보였다.





물론, 월드컵에서 뭔가를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선수 생활이 끝나는 선수들도 아니다. 이들은 투혼의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따낸 주인공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수년간 달리고 또 달리면서 신성한 태극마크까지 단 선수들이었다.

특히, 이동국은 12년 만의 기다림 끝에, 김남일은 1년 여의 공백을 딛고 어렵게 태극마크를 따냈다. 또한, 염기훈 역시 부상의 아픔을 피나는 노력 끝에 극복해내며 극적으로 따낸 국가대표였다. 나름대로 월드컵 무대에 밟아보기도 했으니 꿈을 이룬 선수들이다. 결코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될 '중요한 성과'를 낸 것이다.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한국 축구에 기여할 선수들이고, 이들의 활약에 언제든 팬들은 박수를 쳐줄 준비가 돼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저 운이 없었다. 더 나은 비상을 위해 이번 일을 발판삼아 또다른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각 소속팀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한을 풀어내는 이들 3인방의 활약을 앞으로 기대해 본다.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사진= 이동국, 염기훈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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