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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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마지막 지략에서 이겼다

기사입력 2006.11.20 01:43 / 기사수정 2006.11.20 01:43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전기리그에서 승점 32점을 따내며 21득점 9실점의 막강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성남. 후기리그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18득점 9실점을 기록하며 승점 27점으로 우승한 수원. 전후기 우승팀끼리 펼치는 2006 K-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K-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를 예상했고, 먹을 것과 볼거리가 많은 찬치 집이 될 것으로 보였다.

예상보다 많은 골이 터지지 않으며 다소 지루한 경기가 펼쳐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근래 보기 드물었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중원 싸움과 속도감 넘치는 경기 전개는 시종 눈을 떼기 힘든 치열한 접전이었다.

비록 상대 골문에서 공이 머무는 시간보다 중원에서의 다툼이 많아 많은 골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최정상을 노리는 두 팀답게 성남과 수원은 멋진 한 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치열한 다툼 못지않게 벤치에서 선수들과 경기 상황을 바라보며 머리싸움을 펼친, 차범근 수원 감독과 김학범 성남 감독의 지략 싸움도 볼 만했던 한 판이었다.

팽팽한 전력의 균형, 승부는 감독의 지략으로

▲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 수원 삼성
두 팀의 경기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다.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지략, 주전 선수들의 능력과 양적 질적으로 풍부한 후보 선수들이란 측면에서도 어느 한 팀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각각 7번째(성남)와 4번째(수원) 우승에 도전하는 양 팀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이 팽팽한 것이었다.

또, 홈경기 승률이 70%에 육박하고 선제 득점을 기록하면 절대 지지 않았던 성남의 기록이나, 역시 선제 득점 이후 완벽한 경기를 이끌었고 원정 경기 승률이 50%를 넘긴 수원의 기록도 팽팽하긴 마찬가지였다.

박진섭-조병국-김영철-장학영이 이끄는 최강 포백에서는 성남의 우위가, 김남일-송종국-백지훈-이관우가 버티는 허리에서는 수원이 앞선다. 우성용-모따-네아가가 출격한 성남의 공격진이나 김대의-서동현의 공격진의 화력은 성남의 근소한 우세라 말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팽팽한 전력이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대결을 예상케 했었다.

이런 두 팀 전력에서의 나타난 유일한 차이는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 수원이 성남에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는 것과 1차전이 홈에서 유독 강한 성남에서 열린다는 것 정도였다.

이렇게 팽팽한 팀들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을 벌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는 감독의 지략과 전술, 그리고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서 얼마만큼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에 승부가 갈리게 마련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의 확실한 베스트 11을 가진 두 팀의 대결이라, 이후의 선수 교체나 전술 변화가 승부의 균형을 깨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하고 팽팽한 중원 싸움으로 전개됐고, 무척이나 빠른 템포로 이어졌다. 근래 보기 힘들었던 치열한 중원 공방전이 이어졌고, 전방에서의 날카로운 공격이 주를 이루는 경기라기보다는 시종 팽팽한 중원 힘 싸움이 이어지는 형국이었다. 홈이란 이점을 안은 성남이 비교적 수원보다 많은 마무리의 기회를 잡아 나가긴 했지만, 김두현의 멋진 중거리 슈팅 두 방을 제외하면 공격진에서 수원을 확실히 압도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전반이었다.

이렇듯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팽팽함과 치열함으로 맞부딪치며 무득점으로 전반을 마친 두 팀의 승부는 후반으로 넘어갔고, 이제 승부는 두 팀 감독의 선수 교체나 전술 변화 같은 지략 싸움의 몫이 되었다.

과감함을 선택한 수원, 안정 뒤 총공세를 택한 성남

▲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
ⓒ 성남 일화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후반에 들어간 수원은 전방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서동현을 빼고 실바를 투입하면서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별한 전술의 변화는 없었지만, 드리블이 좋은 실바를 투입해 전반 많은 뛰었던 성남 포백의 틈을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반면 성남은 별다른 교체 선수 없이 후반을 시작했고, 후반 중반까지의 양상은 전반과 큰 차이 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후반 25분이 지나면서 두 팀의 감독은 선수 교체와 소폭의 전술 변화를 시도하면서 마지막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략 대결을 펼쳤다. 경기는 이런 교체와 변화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고 말았다.

수원은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따는 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격의 무게를 뒤로 물리지 않는 맞불 작전을 펼쳤는데,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감행하며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서동현을 실바로 교체한 부분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김대의를 빼고 공격수인 남궁웅을 투입하면서 투톱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부분은 수비에 치중하며 성남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반면 성남은 다소 의외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안정을 먼저 취했다. 전방 공격수였던 네아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상식을 투입한 것이었다. 홈에서 0-0무승부란 곧 패배와 같음을 의미하는 1차전에서 공격수를 빼고 수비형 선수를 투입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바와 남궁웅 등 교체된 수원의 공격진들이 개인기를 이용해 성남의 지친 수비진을 괴롭히고 있었기에 무리함 대신 안정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안정을 먼저 취했던 김학범 감독의 이런 의도는 이후 김두현을 빼고 이따마르를 투입하며 용병 공격 3인방을 구축하면서 잘 드러났다. 우선 밀리던 기세를 보이던 중원을 김상식으로 하여금 다져놓고, 용병 공격수 3명을 모두 투입하며 마지막에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김학범 감독의 의중은 적중했고, 자칫 비길 수도 있었던 경기에 승리하며 소중한 1차전 승리를 맛보게 하였다. 교체되어 들어간 이따마르가 수원의 아크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결국 이 프리킥이 시초가 되어 우성용의 귀중한 결승골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경기의 목적이 무승부일지라도 그 무승부를 이루기 위해 전체적인 팀의 무게 중심을 뒤로 물리지 않으며 맞선 수원의 차범근 감독의 전술이나,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선수 교체로 임기응변을 선보인 김학범 감독이다 모두 전후기리그 우승팀의 감독다운 지략을 펼쳐보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홈에서 다행스러운 승리를 거두며 한발 앞서나간 성남이나, 원정에서 한 골만 내주며 선방한 수원이나 모두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1차전이었다. 이제 승부는 2차전 수원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이번 시즌 K-리그의 대미를 장식할 챔피언 결정전 최종전에서는 두 감독이 어떤 지략을 선보이며 경기를 풀어나갈지, 벌써 불꽃 튀는 두 명장의 재대결이 기다려진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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