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경기 MVP는 선제 득점의 주인공 엔리케 베라(LDU 데 키토)였지만 파라과이 미드필더 전원이 슬로바키아전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일 저녁, 블룸폰테인 프리 스테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파라과이는 미드필드진의 강도 높은 압박과 알토란 같은 득점에 의해 동유럽의 신흥강호 슬로바키아에 2-0 완승을 거뒀다.
엔리케 베라-빅토르 카세레스(리베르탓)-크리스티안 리베로스(크루스 아술)로 이루어진 파라과이 미드필더진은 많은 활동량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마렉 함식(나폴리)이 버틴 슬로바키아의 중원을 괴멸시켰고 함식과 블라디미르 바이스는 강력한 압박하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파라과이는 수비진 앞 선에 위치한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레스를 축으로 양옆에 베라와 리베로스가 배치된 형태로 미드필드진을 운용했다. 카세레스가 상대 중원의 핵심, 함식을 전담 마크하는 동안 베라와 리베로스는 도움 수비를 통해 함식에게 집중된 볼을 차단하고 빠른 패스를 통해 슬로바키아의 크지만 느린 수비진을 허물어뜨렸다. 게다가 시의 적절한 공격가담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파라과이가 득점한 두 골 모두를 기록하며 이날 공수 간에 있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로케 산타크루스(맨시티), 넬손 아에도 발데스, 루카스 바리오스(이상 도르트문트), 오스카르 카르도소(벤피카) 등 유럽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로 꾸려진 공격진과 대비, 이날 선발 출전한 파라과이의 미드필드진에는 단 한 명의 유럽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라-카세레스-리베로스 조합의 활약은 호나탄 산타나(불스부르크)와 에드가르 바레토(아탈란타)가 왜 벤치에 머물러야 하는지 쉽게 수긍하고도 남을 만했다.
물론, 이들이 남미 클럽 축구무대에서 이룩한 업적과 실력은 남미 최정상급이며 웬만한 ‘유럽 리거’에 뒤지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 단지, 국내TV 방송으로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엔리케 베라(31세, 179cm, LDU 데 키토)
이날 선제 득점을 기록하며 경기MVP에 선정된 엔리케 베라는 에콰도르 최강LDU 데 키토에서 뛰고 있다. '고작 에콰도르야?'라고 무시할지도 모르지만, 에콰도르 리그는 지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2008 대회 우승팀을 배출할 정도로 남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바로 그 팀이LDU 데 키토였고 베라 역시 소속팀의 남미 제패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베라는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서 어느 팀에서나 유용한 존재이다. 또한 정교한 오른발을 갖춰 오른쪽 측면에서도 활용이 가능하고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의 선수로서 에콰도르 리그로 이적한20대 중반에 이르러, 자신의 이름을 남미 무대에 각인시켰고, 지난 코파 아메리카2007 대회를 통해28세라는 늦은 나이에 대표팀 데뷔를 이뤘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 멕시코의 명문 아틀라스로 이적할 예정이다.
빅토르 카세레스(25세, 186cm, 리베르탓)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파라과이 중원의 중심을 잡아주는 빅토르 카세레스는 명실상부, 파라과이 리그 최고의 선수이다. 카세레스의 존재로 리베르탓은 파라과이 최고의 수비력을 선보이며 파라과이 최강을 넘어, 이번 코파 리베르타도레스2010 대회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카세레스는 탄탄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터프한 플레이를 즐기며 강력한 태클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팀 중원의 핵심 선수를 주눅들게 만든다. 게다가, 보기와 다르게 영민함도 갖춰 경기 템포 조절이나 예측 수비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남미 유수의 명문팀에서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했지만, 7년째 리베르탓에서만 활약하는 등, 팀에 대한 의리와 충성심도 갖췄다.
크리스티안 리베로스(27세, 179cm, 크루스 아술)
통렬한 중거리 슈팅으로 파라과이에 추가골을 안긴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는 멕시코 명문 크루스 아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리베로스 없이는 크루스 아술의 명가부활이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악착같은 대인마크와 정확한 태클, 박지성에 비견되는 폐활량과 상대 공간을 찾아가는 영리한 움직임, 그리고 정확한 패싱력 등, 리베로스의 공수에 걸친 폭넓은 확약으로 크루스 아술은 지난 몇 년간의 혼란기를 벗어나 다시금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빼어난 활약 덕택에 이제, 우리 안방에서도 리베로스의 활기찬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됐다. 월드컵 종료 후, 리베로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선덜랜드로 이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파라과이-슬로바키아전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