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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파동' 가네무라의 전화위복

기사입력 2006.10.26 09:06 / 기사수정 2006.10.26 09:06

윤욱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 윤욱재 야구전문기자] 니혼햄 파이터스가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마운드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니혼햄은 당당히 구원왕에 등극한 마이클 나카무라란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있고 다케다 히사시란 최고의 셋업맨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투수진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똘똘한 영건 원투펀치인 다르비슈 유와 야기 도모야를 필두로 한 선발진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점수를 받고 있다. 우완투수인 다르비슈는 이제 2년차 투수고 좌완투수인 야기는 올해 데뷔한 신인이다.

그런데 잘 나가던 투수진에도 올 시즌 막판 문제가 있었다. 한창 순위 다툼이 치열하던 9월 말 투수진의 '터줏대감' 가네무라 사토루가 트레이 힐먼 감독의 지휘 방식에 불만을 품고 폭언을 일삼은 것이다.

지난 9월 24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가네무라는 5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강판돼 승리투수가 될 기회를 놓쳤다. 가네무라의 실망감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팀이 3점차로 리드하고 있었고 자신의 5년 연속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리는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가네무라는 올해 프로 12년차로 2001년과 2002년에 10승씩 올리고 2004년과 2005년 13승씩 거두며 니혼햄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군림한 투수. 아무래도 에이스란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경기가 끝나고 개인 기록을 챙겨주지 않은 힐먼 감독에게 강도높은 비난을 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를 전해 들은 힐먼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팀이 우승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개인 기록을 챙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니혼햄은 세이부 라이온즈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놓고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혼전을 펼치고 있었다. 니혼햄은 세이부와 승차 없이 각각 1,2위를 지켜 절대 안심할 수 없었던 것. 그런 상황에서 가네무라가 개인 기록을 이유로 감독에 불만은 표출한 것은 어린 아이가 떼 쓰는 마냥 보였을 수밖에 없다.

사태가 심각하게 번지자 가네무라는 사건이 터진 하루 만에 구단과 선수들에게 사과의 표시를 전했다. 기자회견도 열어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었다. 가네무라에 강한 분노를 느낀 구단은 200만엔의 벌금과 함께 플레이오프 출장 정지란 중징계를 내렸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할 시기에 사태가 터져 구단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니혼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힐먼 감독은 에이스급 대접을 받는 가네무라의 한마디에 특유의 카리스마를 과시하며 선수단을 더욱 바짝 조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시인한 가네무라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심경이 담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네무라는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실언이었다"며 자책한 뒤 "함께 싸워 온 팀, 팬, 가족을 배반해 버린 내 자신에 화가 많이 났다"며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플레이오프를 홀로 지켜본 가네무라는 "기회가 된다면 일본시리즈에 출장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고 마침내 팀이 일본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면서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25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4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가네무라는 속죄의 투구를 펼치며 팀의 일본시리즈 3연승을 이끌었다.

평균 시속 143km를 찍는 직구와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 역회전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 가네무라는 나오는 타자마다 투구 패턴을 달리하며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5이닝동안 5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가네무라는 오랜만에 미소를 머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얼마나 빨리 뉘우치느냐에 있다. 가네무라는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단 하루 만에 뉘우쳤고 구단의 중징계에도 '관대한 처사'라며 연일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든 가네무라. 그리고 가네무라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니혼햄 구단과 힐먼 감독. 아직 일본시리즈 우승엔 1승이 남아있지만 이들의 '해피엔딩'은 두고 두고 회자될 만하다. 

'당신의 꿈을 이뤄 드립니다' 스포츠기자 사관학교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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