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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으로 피구잡았듯 메시도 잡아라

기사입력 2010.06.17 11: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B조 예선 최대 고비를 맞았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상대인 그리스를 이겨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크게 패배하지 않아야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B조에서 상대할 팀 중, 가장 어려운 상대인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에서 나이지라아를 1-0으로 꺾고 1승을 추가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도 아르헨티나와 똑같이 1승을 올렸지만 골득실 차에서 앞서있어 현재 B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주목할 것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이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리오넬 메시(23, FC바르셀로나)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경기를 앞두고 메시는 "한국 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를 이긴 한국팀의 실력은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자신이 지닌 기량을 믿는다는 의욕이 넘쳤다.

일대일로는 도저히 막을수 없다고 평가를 받은 메시는 분명히 '거대한 장벽'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2002년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를 봉쇄한 경험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을 1-0으로 꺾는 쾌거를 이룩했다. 당시 포르투갈의 기둥이었던 피구 봉쇄가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비록, 피구는 메시처럼 문전을 돌파해 직접 슛을 때리는 공격수는 아니지만 포르투갈 전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미드필더였다. 뛰어난 경기 운영과 패싱 능력, 여기에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까지 갖춘 피구는 한국의 밀착 수비와 심리전에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한국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송종국에게 피구의 전담마크를 맡겼다. 그림자처럼 피구를 쫓아다닌 송종국은 수비에서도 성공했지만 심리전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피구는 자제력을 잃기 시작했고 특유의 정교한 패스와  탁월한 경기 운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피구를 비롯한 포르투갈 선수들과의 심리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모두 이기고 있었다. 1승을 추가하기 가장 힘든 팀으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을 물리친 한국 대표팀은 16강은 물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전술전임과 동시에 '심리전'이기도 하다.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다혈질적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자제력을 무너트리는 것이 한국의 과제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팀은 메시와 같은 뛰어난 선수는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라는 선수에 대해 거는 큰 기대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20대 초반인 메시도 심리전에서 무너지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상대와의 심리전에서 이기는 것이 한국대표팀의 '필승 과제'다.

[사진 = 한국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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