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15 07:19 / 기사수정 2010.06.17 18:29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아프리카팀의 근성 부족이 드러난 경기였다.
일본은 14일(한국 시간)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E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전반 39분, 혼다 게이스케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카메룬은 선제골을 내준 뒤 근성 없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경기 내용면에서는 일본이 크게 앞섰다고 할 순 없으나, 정신력 면에서는 카메룬은 일본에 분명히 뒤처졌다.
이는 활동량으로도 그대로 이어져 일본이 엔도와 혼다가 각각 11KM를 뛴 것을 비롯해 6명의 선수가 10KM 이상을 뛴 반면, 카메룬은 에용 에노(24,아약스)와 음비아(24,마르세유) 외에는 10KM 이상을 뛴 선수가 없었다.
카메룬의 패배는 사실상 ‘16강 결정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나이지리아전을 앞둔 허정무호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아프리카 팀의 강점은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상상할 수 없는 탄력과 유연성, 그리고 상식의 틀을 깨는 의외성 넘치는 플레이에 있다. 이러한 엇박자 축구야말로 아프리카 팀이 월드컵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며, 허정무호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프리카 팀은 타 대륙 팀보다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한번 흐름을 타면 그 상승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카메룬은 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개막전에서 1-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킨 뒤, 루마니아 역시 2-1로 침몰시키며 16강 진출에 성공한다. 이후 콜롬비아까지 꺾으며 아프리카 팀 최초의 8강 진출이란 위업을 달성한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도 불구, 이 대회 4위 팀 불가리아를 3-0으로 완파한다. 상승세를 탄 나이지리아는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은 물론, 16강에선 후반 44분까지 1-0으로 앞서며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나이지리아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스페인, 불가리아, 파라과이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으나, 첫 경기 스페인을 상대로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불가리아마저 1-0으로 격파,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2년의 세네갈 역시 개막전에서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1-0으로 물리치며 모든 이들을 충격에 몰아넣은 뒤, 1승 2무로 16강에 진출한다. 세네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스웨덴 역시 2-1로 물리치며 카메룬에 이어 다시 한번 아프리카 팀 8강 진출에 성공한다. 이처럼 기세가 오르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아프리카 팀의 컬러다.
반면, 동전의 양면처럼, 불리하거나 좋지 않았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근성의 부족함은 아프리카팀의 약점이다. 일본전에서도 불의의 상황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뒤 카메룬은 좀처럼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후반 들어 일본이 원톱 혼다를 제외한 9명의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자기 진영에 내려와 밀집 수비를 구사하자, 카메룬은 활발하게 공간을 침투하며 원터치-투터치에 의한 공격전개를 하지 못하고,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단번에 올리는 무의미한 롱패스를 남발하거나 개인 전술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을 펼칠 뿐이었다. 한마디로 의욕이 상실된 모습이었다.
역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던 1994년의 나이지리아는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탈락 직전까지 몰아붙였지만, 종료 직전 로베르토 바조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준 뒤 연장에서 또다시 바조에게 골을 내줘 안타까운 역전패를 당했다. 1998년 덴마크와의 16강 전에서는 경기 시작 초반 두 골을 허용한 뒤 1-4의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월드컵 역사 전체적으로도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프리카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2006년의 가나가 유일할 정도로 아프리카팀은 좋지 못한 흐름을 뒤집는 근성이 약하다. 이는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의 조별 예선 최종전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조별 예선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나이지리아지만, B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그리스를 상대로는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다. 그런 가운데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제골을 빼앗기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선제골을 넣게 되면, '자포자기'한 모습의 나이지리아가 오히려 일본을 상대로 한 카메룬처럼 무력한 모습으로 자멸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팀은 늘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명성에는 관심이 높았지만, 조직력이나 ‘팀 정신’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아프리카팀 특유의 근성 부족이 허정무호의 사상 첫 원정 16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사진= 이청용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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