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31 02:22 / 기사수정 2010.05.31 02:22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의 특장점 가운데 하나였던 세트피스가 본선이 임박하면서 오히려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 킥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번번이 수비 벽에 막히면서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로서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
30일 밤(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모두 7-8차례에 걸쳐 골문을 향한 직접 슈팅이 가능한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박주영(AS 모나코), 기성용(셀틱), 염기훈(수원) 등 전담 키커들 모두 위협적인 슈팅을 날려 골로 엮어내는 데 실패하며 A매치 3경기 연속 세트 피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결정적인 기회를 몇 차례 날린 한국은 결국 후반 8분, 세르게이 키슬락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이번 벨라루스전을 앞두고 허정무호는 세트피스에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 승부를 한 방에 바꿀 수 있는 전략인 세트피스의 정확도를 이번 기회에 높여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전담 키커 후보들에게 상당한 훈련을 소화하게 했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면서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도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은 없었다. 모처럼 전담 키커로 나선 박주영은 그나마 골문으로 적당하게 감아차 들어가면서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등 날카로움이 묻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오랜 전담 키커였던 기성용은 소속팀에서의 잦은 결장으로 인한 경기력 회복이 아직 덜 이뤄진 탓인지 크게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후반에 박지성과 교체 투입됐던 염기훈 역시 3차례 정도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결정적인 기회로는 연결하지 못했다.
수세에 몰리거나 분위기가 상대에 밀릴 때 날카로운 세트피스는 한순간에 우리 쪽으로 몰고 올 수 있는 강력한 공격 카드 가운데 하나다. 이미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5회 연속 월드컵에서 프리킥골을 성공시켜 세트 피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바 있는 한국 축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분명 다르다. 전담 키커들의 능력이 있어도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직접 프리킥 골은 거의 사례가 없었다. 세트 피스에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만큼 경기를 풀어가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전담 키커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음달 4일(한국시각), 세계 최강 스페인과의 경기는 지금까지 가졌던 어떤 상대보다도 더 강하다. 수비진 역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가운데 이들을 상대했을 때는 세트 피스에서 지금보다 더욱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축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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